플라스틱 신발 생산 거점인 중국 광둥성 우촨시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아동용 슬리퍼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성분이 검출됐다는 중국 현지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중국 매체 펑파이 취재팀과 비영리단체 '무독성 개척자'는 공동으로 중국 어린이날(1일)에 앞서 중국 5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량 상위 아동용 슬리퍼 50개 제품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12개 제품을 구매해 검사기관에 유해성분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전체 62개 제품 가운데 53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전체 초과율은 85%에 이르며, 특정 한 제품은 기준치를 무려 805배나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플라스틱, 특히 폴리염화비닐(PVC)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로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다이뷰틸프탈레이트(DBP), 뷰틸벤질프탈레이트(BBP),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이 있다.
1930년대부터 널리 사용돼 온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1999년부터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관리됐으며, 이 가운데 DEHP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 발암가능물질(2B등급)이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특히, 아동에게 성조숙증과 향후 불임 또는 자폐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세계적으로 해당 제품의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6년부터 모든 플라스틱 재질의 완구 및 어린이용 제품에 DEHP·DBP·BBP 등 3종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표준 규정으로 이들 3종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함유량이 0.1%를 넘지 않아도록 규제하고 있다.
펑파이는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성분조사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된 아동용 슬리퍼 가운데 22개 제품에서는 유효한 인증서와 제품규격, 제조사 주소와 기타 정보 등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제품의 대부분은 중국 플라스틱 신발의 수도라 불리는 광둥성 우촨시에서 생산됐다. 이에 펑파이 취재팀이 직접 우촨시를 찾아 현장 취재를 벌인 결과 제조사들은 유해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생산과 판매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원가가 비싸면 팔리지 않고, (기준을 맞추려면) 설비도 바꿔야 해 번거롭다"면서 규정 위반 이유를 밝혔고, 심지어 또 다른 관계자는 "라벨과 합격증은 모두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플라스틱 신발 산업은 현재 우촨시의 3대 산업축 가운데 하나로 우촨시의 플라스틱 신발 생산량은 중국 전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연간 생산 규모는 80억 위안(약 1조 5천억 원)에 달한다. 펑파이의 이같은 보도가 나온뒤 우촨시 당국은 관련 제조사들에 대해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