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는 2023-2024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강소휘와 한다혜(페퍼저축은행), 최은지(흥국생명)와 작별했다. 여기에 베테랑 정대영과 한수지까지 은퇴를 선언하는 등 이탈자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1999년생으로 만 25세인 유서연은 갑작스레 최고참이 됐다. 빠른 년생이라 1998년생인 안혜진과 친구로 지낸다. 안혜진과 팀의 맏언니가 된 것.
30일 경기도 청평의 GS칼텍스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유서연은 "많이 당황스러웠다. 언니들이 은퇴하고 다른 팀으로 떠나면서 내가 최고참이 돼 부담스럽기도 하다"면서 "그래도 팀을 잘 이끌어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니들이 있으면 좋긴 하다. 내가 언니들을 따라가는 입장이 편해서 이 자리가 더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영택 GS칼텍스 신임 감독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으나, 유서연을 새 주장으로 점찍은 상태다. 그는 "일단 최고참인 유서연과 안혜진을 (새 주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유서연은) 굉장히 열정적이고 솔선수범한 선수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서 충분히 주장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새 주장 유력 후보인 유서연은 "주장 욕심은 전혀 없다. 아마 (안)혜진이가 건강했다면 혜진이가 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면서 "일단 감독님이 유력 후보로 저를 꼽아주신 것 같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주장이 된다면)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분위기를 밝게 만들 생각이다"라면서 "다들 잘 따라와 줘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유서연은 "중고등학교 때도 주장을 해봤지만,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때도 항상 솔선수범하려고 했고, 말보다 행동이 먼저라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제 진짜 최고참이 되다 보니까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더라. 내가 말하기보다 선수들의 말을 들으려고 할 생각이다"라고 다짐했다.
이영택 신임 감독에 대해서는 "아직 무서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면서 "훈련 때 우리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끔 편하게 대해주시고 잘 가르쳐주시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승점 51로 4위에 그쳐 포스트 시즌 진출이 무산됐다. 3위 정관장(승점 61)과 격차를 3점 이하로 좁히면 성사되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도 오르지 못했다. 5위로 마친 2022-2023시즌에 이어 2년 연속 봄 배구 진출 실패다.
아쉬운 시즌을 보낸 유서연은 "잘 나가다가 4라운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떨어졌다"면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것 같다. 내 개인 성적도 전 시즌보다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떠올렸다.
사실 출발은 좋았다. GS칼텍스는 2023-2024시즌을 KOVO컵 우승으로 시작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최다 우승 횟수를 6회로 늘렸다.
단기전에서는 확실히 강한 GS칼텍스다. 그만큼 봄 배구 진출 실패가 아쉬울 터. 유서연은 "에너지를 다 쏟아붓고, 더 파이팅하는 것 같다"면서 "그때도 어린 선수들이 뭉쳐서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확실히 단기전에 강한 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롭게 합류하는 아시아 쿼터 선수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비록 이번 드래프트에서 호주와 독일 이중 국적의 195cm 아웃사이드 히터 스테퍼니 와일러를 마지막 순번인 7순위로 지명했으나, 이 감독은 매우 흡족해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득점 1위(1005점), 공격 종합 1위(46.80%)로 맹활약한 외국인 선수 실바도 GS칼텍스와 1년 더 함께 뛴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GS칼텍스만 유일하게 아시아 쿼터의 덕을 보지 못했다"면서 "이번 아시아 쿼터에서는 날개 공격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스테파니를) 현장에서 봤을 때 신장과 플레이가 매력적이었다. 우리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일 마지막에 뽑았지만, 뽑고 싶었던 선수를 뽑게 돼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새 아시아 쿼터 선수의 영상을 본 유서연은 "일단 키가 크고 블로킹도 잘하는 것 같다"면서 "많이 궁금하고 선수들도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스테파니가 신장이 커서 아웃사이드 히터 한자리를 책임지면 든든할 것 같다. 나머지 한자리는 내가 들어가서 리시브 등 뒤를 받치면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끝으로 유서연은 "새 시즌에는 일단 부상 없이 쭉 가보고 싶다"면서 "우리가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