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5번째 시즌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은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천휴 작가는 "오는 10월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1100석 규모)에서 미국 초연한다. 연출은 지난해 토니상 연출상을 받은 마이클 아덴이 맡았다"고 말했다. 앞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뉴욕 리딩 공연, 2020년 애틀랜타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이며 7년간 담금질을 해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두 창작진이 동명 영화 원작의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협업한 두 번째 작품이다.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전 회차 매진을 시작으로 2016년 초연부터 2021년 4번째 시즌까지 꾸준히 사랑받았고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에 올랐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을 느끼면서 겪는 이야기가, 재즈와 클래식을 녹여낸 서정적인 음악과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박 작가는 "오리지널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 의기투합했다. 의논 끝에 진솔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러브 스토리를 쓰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애런슨 작곡가는 "(원작이 있는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무대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했지만 가능성이 무한대라서 흥분되기도 했다"고 했다.
"연출 방식은 다르지만 인물과 이야기 설정, 작품의 정서와 규모는 그대로죠. 애초에 제작사가 지구상에서 이 공연을 올릴 때 해고할 수 없는 둘이 있다며 작품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어요."(박천휴) "연출이 달라지면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윌 애런슨)
박 작가는 "예전에는 브로드웨이 공연 하면 화려한 군무가 나오고 규모가 크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젠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다.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적 캐릭터와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며 "작품 고유의 정서를 해치면서까지 규모를 키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애런슨 작곡가는 "관객들은 스케일이 큰 작품 세 편만 연달아 봐도 클리셰라고 느낄 것이다. 다음에는 신선하고 솔직한 감정을 담은 작품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 '올리버' 역은 윤은오, 신재범, 정욱진, '클레어' 역은 박진주, 장민제, 홍지희가 연기한다. 정욱진과 홍지희를 제외하면 모두 새 얼굴이다.
"정욱진은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참여했어요. 그때와 지금의 달라진 표현 방식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죠. 박진주는 뮤지컬 출연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요. 공연장에 와서 한국에만 있는 트리플 캐스팅의 묘미를 느껴보기 바랍니다."(박천휴)
2008년 뉴욕대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온 두 사람은 '윌휴 콤비'로 불리며 여러 편의 수작을 만들었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시작으로 '어쩌면 해피엔딩' '일 테노레'를 선보였고 오는 12월에는 신작 '고스트 베이커리'를 무대에 올린다.
뮤지컬 창작자로서 생각하는 해피엔딩은 뭘까.
"영웅 서사보다는 결함이 많고 인간적인 한계가 분명한 캐릭터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작품으로 한국과 미국 관객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면 해피엔딩 아닐까요."(박천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작품이 무대화돼 공연하는 것 자체가 꿈을 실현한 거죠."(윌 애런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