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수들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늘게 된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구상권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각 대학들의 입시모집 요강이 확정되면서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의미 없다'는 정부의 일갈에도 마지막까지 모든 방법을 강구해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노선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가 모인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김창수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심포지엄에서 "(의대정원이 증원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내년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의료계의 증원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의대생들이 대규모 증원으로 입게 될 피해는 인정했다는 점을 짚었다. 김 회장은 "실제 학생들이 유급되고 내년 3월부터 신입생이 들어오면 학생들의 수업권과 학습권이 침해될 것"이라며 "2차전으로 총장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자연히 소송 당사자 원고는 학생(의대생), 피고는 각 대학 총장이 될 거라며 "총장에게 책임을 묻고 구상권을 청구해서 '쪽박'을 차게 하겠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인) 3년간 끝까지 (투쟁)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부분이 보통 의대 강의와 병원 진료를 겸하는 의대 교수들이 2가지를 분리해 계약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법적으로 의대 교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교육과 연구, 두 가지"라며 "현재 계약구조상 의대 교수는 (근무 의사로서) 병원 진료에 대해 계약하지 않고 교수로서의 계약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진료를 하는 이유는 당연겸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대교수 노조를 활성화해 병원 진료에 대해 교육·연구와 별도의 계약관계를 만드는 것은 올해부터 내년 초 사이에 추진하려 한다"며 "(그렇게 되면) 향후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법적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고, 투쟁이나 파업 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의대 교수들이 교수로서의 업무(교육·연구)만 하겠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입장이다. 다만, 병원에 돌봐야 할 환자가 있고 간호사 등 직원이 있기 때문에 진료를 해왔다며 "앞으로는 규정과 제도를 명확히 해서 별도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 안에 진료를 몇 시간이나 할지, 또 추가 업무를 하게 되면 수당은 어떻게 지급받을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계약을 맺겠다는 것이다.
'휴진이나 파업보다 훨씬 효과가 큰' 불참·무대응운동 전개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가령 교수들이 맡아 온 의사 국가고시 출제 및 평가를 보이콧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법원으로 넘어간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건 관련 진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려 했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의료계는 지난 21일에 대법원에 재항고했는데 정부 측 소송대리인은 소송위임장을 30일에 제출했다"며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법적 처리 절차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데, 정부는 최대한 처벌을 늦추기 위한 양아치 잡범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법제이사였던 전성훈 변호사는 경찰이 의협에 법률 자문을 제공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한 것을 두고 "대한변호사협회는 변론권 침해로 보고 엄중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변협에서 이에 대한 항의 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