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력수급 중장기 계획 초안에서 2030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년 전 수준으로 묶였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의 달성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6%로 제10차 전기본과 동일하다. 발전 설비용량을 65.8GW에서 72.1GW까지 늘린다지만, LNG 등 다른 발전 목표가 확대되면서 비중은 유지됐다.
정부가 UN에 제출한 2030년 ND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2%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이를 통해 2018년의 온실가스 배출치보다 40%를 감축한다는 계획이 국제사회에 공약된 상황이다. 신재생 발전 비중이 축소 유지된 상황에서 NDC를 충족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연합은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석탄과 LNG를 합한 화석연료의 비중이 42.5%에 달한다. 국제에너지기구 등이 말하는 선진국의 2030년 탈석탄 목표에 크게 못미친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21.6%라는 수치는 선진국 수준에서 꼴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030년 목표치가 설정된 27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최하위다. 하위권을 형성한 이스라엘, 헝가리, 멕시코, 일본조차 우리나라보다 높은 30%대다.
21.6% 동결은 지난해 정부가 수립한 제1차 국가탄소중립기본계획과도 다소 어긋난다. 이 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6% +α'로 상향이 제시됐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에 원자력까지 합친 '무탄소 발전'의 발전 비중을 2030년 50% 이상으로 높여 NDC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원전을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볼 수 있느냐, 아직 어느 나라도 상용화하지 못한 소형모듈원전의 활용계획이 타당한가 등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다국적기업들의 표준으로 자리잡혀가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재생에너지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의 610개 수출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103개사가 거래사로부터 RE100 이행을 요구받았다. 이 RE100은 원자력을 배제한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이번 실무안에 대해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절체절명의 시대에 전 세계와는 반대의 길을 가겠다는 계획"(환경운동연합), "무탄소전원으로 포장한 기후위기 대응 포기 계획"(녹색연합), "시대착오적 경로의존성을 답습하는 것이며 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것"(기후솔루션) 등 혹평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