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이 30일 최종 확정됐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27년 만이다. 2018년, 2020년에도 의대 증원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 반발로 실패했다.
교육부는 이날 각 의대의 '수시·정시 모집 비율 및 지역인재전형 비율' 등이 포함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지난 24일 수시·정시 모집비율,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등을 포함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한 바 있다.
2025학년도 39개 의대(의전원인 차의과대 미포함) 정원은 올해 3113명보다 1497명 늘어난 4610명으로 확정됐다.
앞서 정부는 3058명인 40개 의과대학 정원을 2025학년도에 5058명으로 2천명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이를 배분했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과 의대 교육의 질 저하 우려가 일자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한해 각 대학이 증원분의 50%까지 줄여 의대생을 모집하도록 허용했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491명의 정원 감축이 이뤄져 증원분 2천명 가운데 1509명만 반영하기로 했다.
수도권에서는 1326명, 비수도권에서는 3284명을 각각 선발한다. 정원내 선발은 4485명(97.3%), 정원외 선발은 125명(2.7%)이다.
수시 모집 인원은 3118명(67.6%), 정시 모집 인원은 1492명(32.4%)이며, 수시 모집 전형별로는 학생부교과전형 1577명(34.2%), 수능위주전형 1492명(32.4%), 논술 178명(3.9%) 등의 순이다.
경기도 소재 차의과대는 '의학전문대학원'이어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 제출 의무가 없다. 다만 학칙을 개정해 기존 정원 40명에서 40명 늘려 80명을 선발한다.
각 대학이 31일 '2025학년도 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내년도 증원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각 대학이 정원을 발표하면 바꿀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6월이 지나가면 전공의 내부에서도 복귀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인재전형 모집비율 59.7%…2024학년도 대비 87% 증가
비수도권 26개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은 전체 모집인원 3202명의 59.7%인 1913명에 이른다. 2024학년도(1025명)보다는 86.6%인 888명이 늘어난다.수시모집 인원은 1549명(81.0%)이고 정시모집 인원은 364명(19.0%)이다. 수시 모집 전형별로는 학생부교과전형이 1078명(56.4%), 학생부종합전형은 449명(23.5%), 논술은 22명(1.1%)이다.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2025학년도 의대 대규모 증원과 함께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에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한데 따른 것이다.
의대와 약대, 치대, 한의대는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신입생의 40%(강원·제주는 20%)를 해당 권역 출신 중에서 선발해야만 한다. 지역인재전형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6개 권역(부울경·대구경북·강원·충청·호남·제주 권역) 중 대학이 속한 권역에서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한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중학교도 그 지역에서 나오도록 요건이 강화된다.
특히 전남대, 전북대, 부산대, 경상국립대, 원광대, 조선대 등 6곳은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100명이 넘는다. 전남대는 비중이 78.8%, 경상국립대는 72.5%에 이른다.
권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권역에서는 부산대가 모집인원 163명 중 113명(69.3%)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다. 동아대는 102명 중 70명(68.6%), 고신대는 103명 중 60명(58.3%), 경상국립대는 142명 중 103명(72.5%), 울산대는 110명 중 66명(60.0%)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대구·경북권역에서는 대구가톨릭대가 82명 중 52명(63.4%), 동국대(와이즈캠퍼스)가 124명 중 76명(61.3%), 경북대가 157명 중 95명(60.5%), 영남대가 103명 중 62명(60.2%)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는다. 호남권에서는 전남대가 165명 중 130명(78.8%), 조선대가 152명 중 100명(65.8%), 전북대가 171명 중 111명(64.9%)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충청권에서는 건양대(대전)가 102명 중 68명(66.7%), 건국대(글로컬)가 110명 중 66명(60.0%), 순천향대가 154명 중 96명(62.3%)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강원권에서는 강원대가 91명 중 55명(60.4%), 가톨릭관동대는 115명 중 40명(34.8%), 연세대(미래)는 104명 중 30명(28.8%)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역 출신 고등학생들은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 확대를 큰 호재로 인식하고 있고, 중학교 때부터 지방으로 내려가려는 구체적인 문의가 오는 단계"라며, 다만 "지역에 따라 의대 합격 점수가 이례적으로 낮게 나타나, 의대 간 격차가 더 벌어져 기피하는 의대가 생기고, 서울이나 경인권 소재 의대에 가기 위한 비수도권 의대의 중도 탈락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전공(전공자율선택) 모집 비율 28.6%…수도권 대학 및 전국 국립대 등 73개 대학
수도권 대학(51개교)과 전국 국립대(22개교, 교대·특수목적대학 제외) 등 무전공(전공자율선택) 중점 추진대학 73곳이 2025학년도에 무전공으로 모집하는 인원은 전체 모집인원의 28.6%인 3만7935명으로 파악됐다. 수도권대가 29.5%, 국립대는 26.8%를 무전공으로 모집한다.전공자율선택제는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과·전공 간 벽 허물기'를 통해 대학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학과·전공 구분 없이 대학에 입학해 1학년 때 진로를 탐색하고 2학년에 진학할 때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모집 방식이다.
교육부는 당초 무전공 선발 비율이 25% 이상인 대학만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에서 재정 지원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할 계획이었지만, 무전공 확대 정책이 기초학문 고사, 대학 서열화 강화, 지역 대학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자 25% 이상을 목표로 추진하되, 이를 달성하지 못해도 비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유형1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한 후 대학 내 모든 전공(보건의료, 사범계열 등 제외)을 자율 선택하는 방식이고, 2유형은 계열, 학부, 단과대 등 광역 단위로 모집한 후에 해당 계열, 학부, 단과대 내의 원하는 전공학과 정원의 최소한 150% 이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유형이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무전공 확대폭이 크지 않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충원난을 겪는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무전공 선발을 대폭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무전공 선발 제도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성호 대표는 "무전공으로 입학하고 난 후에 이공계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인문계열 학과들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