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세론 굳히려니…내부에선 "現정국에 부적합"

韓, '팬덤' 등에 업고 '지구당 부활' 밝히며 원외 인사에 어필
핵심적인 원내 지지 세력 약해…尹 대통령과 갈등 부정적 영향
'친윤' 용인하는 당 상황과 '비윤' 요구하는 여론의 괴리…채상병 특검 '침묵'
이조심판론 내세웠던 전력도 협치와 거리…"배제 아닌 포용의 리더십 필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를 타진 중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세론'을 띄우는 분위기다. 이른바 '팬덤'의 결집력은 계속 강해지고 있고, 한 전 비대위원장 본인은 최근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이해관계가 달린 '지구당 부활' 구상을 제시하는 등 세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남은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명확한 관계 설정이다. 당심과 민심을 어떻게 조합하든지 당선이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걸림돌로 거론되는 것은 당 대표가 된 이후에 발생할 문제들이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반윤(反윤석열)' 포지셔닝을 기대하는 여론이 있긴 하지만, 현 정권의 임기는 3년 가까이 남아 있다. '친윤(親윤석열)'과 '반윤' 사이에 낀 정체성의 난점이 채 상병 특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그의 침묵을 통해 드러난다.

따라서 정권 이양기에 접어들 때까지 기다리며 등판의 적기를 모색해야 한다는 출마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같은 맥락에서 당내에선 22대 국회 초반 여야 협치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조심판론'으로 총선을 치렀던 공격적인 캐릭터가 현 정국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구당 부활' 원외 파고든 韓…대세론 마지막 과제는 尹과의 관계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들은 29일 당 중앙당사에서 지구당 부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원외 인사들은 자체 현수막을 걸 수도 없고, 지역사무실도 낼 수 없는 등 정치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기에 당을 향해 지구당 부활을 다각도로 요청해 왔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반응한 이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최근 총선 당선·낙선인들을 만나 회계 감사 등 투명성 보장 장치를 포함한 지구당 부활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수도권의 한 낙선자는 "당에도 원내에 계신 분에게도 수 차례 제안하고 설명드렸던 제안이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 만큼 경청하고 반응한 분은 없었다"며 "원외 인사들에게는 최대 현안인데, 이를 적극 추진하는 인물이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전국적 인지도와 당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세론을 형성해 둔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약점은 당내 세력 기반이다. 약점 보완을 위해 원외 인사들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원외 인사들은 내침 김에 "원외에서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당권을 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결국 원내 세력 기반을 형성하는 것인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가 되려면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윤 그룹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현재 한 전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 거절 뒤, 정부의 해외 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등 비윤에 가까운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데, 최소한 친윤계와 적대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갈라서면서 당을 이끌 수는 없다"며 "최소한 윤 대통령과 같은 길은 간다는 확신이 나와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반윤 주자가 될 경우, 당 대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괴롭힐 사람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하면,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직표가 결집해 금세 표가 떨어지고, 전례 없는 결과도 만들어질 수 있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도 이를 고려해 채 상병 특검과 같은 민감한 이슈에는 소신을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을 다시 친윤 인사로 되돌리려는 쪽에선 윤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진 채로 방치되면, 한 전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가 돼도 당을 이끌 힘이 없고, 윤 대통령은 여당의 확실한 뒷받침을 담보할 수가 없다"며 "서로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전당대회 전에 두 사람이 만나서 푸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가장 유력하지만 적합한지는 의문 "'똘레랑스'의 리더십 필요한데…"

한 전 비대위원장이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당 대표 후보는 아니라는 평가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현재는 두려움과 배제가 아니라 똘레랑스(관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거론되고 있는 당 대표 후보들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소수 여당이 된 국민의힘에게는 거대 야권에 대한 투쟁력보다는 양보와 타협 속에서 실리를 챙기는 정치력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은 이재명·조국 심판을 앞세우며 야권과 대립했던 경험만 있을 뿐, 정치 경력 자체가 짧다.
 
만일 새로운 당 대표가 야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에만 매진할 뿐, 국정과제에 성과를 내거나 확실한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재보궐선거·지방선거 등에서 국민의힘이 반전을 만들기는 힘들다.
 
이에 한 전 비대위원장은 이번에 당 대표가 돼 소모되기보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이 계속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올해 연말이 지나면 지방선거에 당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문제가 대두되고, 1년이 지나면 대통령의 힘은 더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며 "그때 가면 또 누가 와서 해야 승리를 이끌 것인지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보다는 지방선거 전 혼란한 시기에 등판해 선거를 이끄는 역할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당선인도 TV조선 유튜브에서 "당 대표를 잘못하면 소모될 수 있다"며 "내년 정도에 등장하는 것이 훨씬 본인의 경쟁력을 더 키우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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