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품작은 작업 방식과 주제에서 프랑스 현대사진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여준다. 작업 방식은 포토그램, 포토그라뷔르, 젤라틴 실버 프린트, 잉크젯 프린트, 피그먼트 프린트 등을 아우른다. 주제 역시 인류세의 자연과 인간,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에 대응하는 인간성 등 동시대 쟁점을 담아낸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29일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프랑스는 200년 전 사진의 발상지인데도 국내에서 프랑스 현대사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사진이 미술이냐, 아니냐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다. 그래서 사진을 발명한 나라의 200년 애증의 역사가 녹아 있는 현대사진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 주제는 인간, 자연, 정물, 공간 등 4가지로 나눴다.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엠마뉘엘 드 레코테 디렉터(전 퐁피두센터 파리시립미술관 사진 전문 큐레이터)는 "모두 시공간을 초월해 예술가들이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전시 내내 전통적인 주제·기법과 첨단의 것들이 어떻게 긴장관계를 유지하는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의 '평행의 역사' 연작은 AI를 사용해 만들었다. 이중 '평행의 역사-만 레이의 눈물에 관한 연구'는 작가가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미드저니에 만 레이의 '유리 눈물'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입력하고 얻은 작품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AI가 재창작한 작품은 디테일이 떨어진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의 눈을 망가뜨리는 신기술을 비판한다.
장 미셸 포케의 '무제'는 젤라틴 실버 프린트 기법으로 인화했다. 사진의 감광재료로 은을 사용하는 기법으로 은 입자가 빛을 받으면 검게 변하는 성질을 이용해 흑백 이미지를 표현한다. 필리핀 섀페르의 '모래 거인'은 포토그램 기법을 사용했다. 카메라 없이 인화지 위에 물체를 두고 빛을 쬐는 방식으로 물체가 놓인 자리에는 실루엣이 그대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