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오르고 신용등급 내리고…저축은행 괜찮나

1분기 연체율 8.8%…2015년 이후 최고치
업계 "리스크 관리 능력 봐야…가용 유동성 양호"

연합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의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업계가 본격적으로 고난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건전성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하는 가운데 대형 저축은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마저 보수적으로 돌아서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업계에선 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해도 자체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3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이어갔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154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27억원)와 비교해 3배가량 확대됐다.
   
수신금리 안정화로 이자비용이 일부 감소하면서 지난해 4분기(-4155억원)보다는 손실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내내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침체와 긴축으로 인한 여파를 제2금융권에서 가장 빠르게 맞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건전성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거래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지난 1분기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8.8%까지 치솟았다. 작년 말(6.55%)과 비교해 2.25%p 상승한 수치인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여파가 마무리된 2015년 말(9.2%)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25.1%에 달했던 연체율과는 아직 비교하기 어렵지만, 최근 7년간 연체율이 2~4% 수준으로 관리됐던 것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나빠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자산규모 기준 업계 상위권인 대형 저축은행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 판단을 보수적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8일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OK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달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업계 6위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끌어내렸다. 업계 5위인 애큐온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수정했다.
   
이외에도 업계 23위 바로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다올·대신·KB·JT친애 등 20위권 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업계에선 실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연체율 상승은 기업대출 연체율이 11%로 전년 말(7.48%)보다 3.52%p 오른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새출발기금 협약에 따라 개인사업자 대출의 제3자 매각이 제한됐던 점이나 부동산PF 대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5.25%로 작년 말(5.01%)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고 유지 중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새출발기금 외에 제3자 매각이 지난 1월 허용됨에 따라 개인신용대출과 함께 제2차 채권 공동매각을 다음 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라며 "부동산PF도 2분기 중 3500억원 규모의 자체 정리 펀드를 조성하고 캠코 매각과 경·공매를 활성화 하면 부실채권이 눈에 띄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뱅크런 등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해서도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유동성비율이 139%로 낮아졌었지만 4분기 192%, 올 1분기 227%로 올랐다.
   
또 중앙회는 현금이나 예치금 등 가용 유동성 역시 수신 규모의 15%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해도 자체적인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어려운 영업여건의 지속과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손실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경영안정성 종합지표인 BIS비율이 법정기준치를 크게 상회하는 등 현 시점의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OK저축은행의 등급을 내린 한국기업평가도 "부동산PF 리스크는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작년 이후 시장금리 안정화로 조달금리 상승압력이 완화된 점, 자산건전성 지표가 적극 관리되는 점 등에서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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