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이 한때 1위 KIA를 위협할 만큼 잘 나가다가 주춤했다. 이승엽 감독의 이른바 독한 야구로 5월 가파른 상승세를 달렸지만 월말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두산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리그' kt와 홈 경기에서 3 대 12 패배를 안았다. 지난 주말 KIA와 원정 2연패까지 3연패 수렁이다.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두산은 이날 인천 원정에서 7 대 5로 이겨 SSG를 7연패로 몰아넣고 5연승을 달린 LG에 0.5경기 차로 밀렸다.
당초 두산은 지난 24일 KIA와 원정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기세를 올렸다. 8회 대거 5실점하며 3 대 5 역전을 당했지만 9회초 양의지의 동점, 김재환의 역전 2점 홈런이 터지면서 7 대 5로 이겼다. 그러면서 승차 없는 2위로 1위 KIA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두산은 4월 말부터 총력전을 펼쳤다. 마무리 홍건희와 김강률, 이병헌, 최지강 등 필승조를 잇따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칭스태프는 당시 6위에서 더 이상 밀리면 가을 야구 진출 희망이 희박해진다는 판단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 감독은 또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오른 팔꿈치 염좌 진단을 받은 라울 알칸타라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지난달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던 헨리 라모스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국민 타자'로 불리며 온화한 성격으로 유명한 이 감독이 보인 독기에 두산은 달라졌다. 지난 14일에는 KIA를 누르고 9연승을 달리며 단독 3위까지 올라섰다. 그러더니 24일에는 다시 KIA를 꺾고 치열한 선두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후 연패에 빠졌지만 그래도 2위를 유지했다.
이 감독도 다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28일 경기 전 이 감독은 26일 KIA와 원정에서 복귀전을 치른 알칸타라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알칸타라는 3⅓이닝 4피안타(3홈런) 4볼넷 5실점했는데 이 감독은 "그래도 시속 154km까지 구속이 나왔고 본인이 당초 예정된 70구에서 80개 가까이 더 던졌는데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호평했다. 이어 "이제 가족이니 함께 가야 한다"고 알칸타라를 감쌌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이 감독의 표정은 굳어졌다. 선발 최원준이 천적 멜 로하스 주니어에 선제 2점 홈런을 맞는 등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고, 타선도 상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에 6회까지 1점으로 묶인 끝에 대패를 당했다.
두산의 5연승 뒤 찾아온 3연패다. 그나마 4위 삼성도 3연패, 5위 NC가 5연패, 6위 SSG가 7연패에 빠진 게 두산으로서는 다행이다.
특히 두산은 현재 가장 믿을 만한 선발 투수들이 등판한 경기에서 졌다. 25일 에이스 브랜든 와델이 3이닝 6실점하며 무너졌고, 알칸타라에 이어 최원준까지 5회를 채우지 못했다.
현재 두산은 30승 24패 2무로 승률 5할에서 아직 여유는 있다. 그러나 최근 10경기 5승 4패 1무로 주춤한 만큼 하락세가 이어지면 이 감독의 독한 야구가 다시 발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