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입상 기회를 놓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대표팀은 지난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2024 세계유도선수권 대회 혼성 단체전에서 실격 처리됐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허미미(여자 57kg급)와 김민종(남자 100kg 이상급) 등을 앞세워 동메달 결정전까지 진출했지만 앞선 8강전 과정이 문제가 됐다.
원종훈(남자 90kg급)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 세 번째 주자로 나섰다. 그는 무자파라벡 투로보예프와 경기에 앞서 심판을 향해 두 손으로 'X'자를 그리며 경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상 때문이었다. 한국은 앞선 2번의 매치에서 우즈베키스탄에 모두 패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단체전에는 선수가 경기를 거부할 경우 해당 팀은 실격 처리된다는 규정이 있다.
단체전은 남자 73kg급, 90kg급, 90kg 이상급과 여자 57kg급, 70kg급, 70kg 이상급 등 최대 6경기를 진행하고 먼저 4개 체급에서 승리한 팀이 최종 승자가 된다. 만약 부상으로 선수가 나설 수 없는 체급이 있을 경우 해당란에 선수 이름을 아예 안 적으면 된다. 이 경우 해당 체급은 패배로 처리되지만 팀이 실격되지는 않는다.
해당 규정은 세계선수권을 주관하는 국제유도연맹(IJF) 주최 측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듯 했다. 한국 대표팀이 곧바로 실격 처리되지 않은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 0-4로 패한 대표팀은 경기를 이어갔고 패자부활전에서 김민종, 김하윤(여자 70kg 이상급) 등을 앞세워 독일을 4-1로 눌렀다.
그러나 뒤늦게 대표팀의 실격이 확인되면서 한국 대신 독일이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게 됐다.
대한유도회는 "황희태 유도 대표팀 감독과 원종훈 선수에게 경위서를 받을 예정"이라며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2개월 정도 앞두고 벌어진 팀 운영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