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부족·내수기반 붕괴 같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밝힌 매출액 100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우려를 나타냈다. 잘 모르겠다 '24%', '경제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없다'는 7.5%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들은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유지될 경우 평균 11년 이내에 경제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부 응답으로는 6~10년 내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11~15년 26%, 16~20년 13%, 1~5년 12%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력 수급 문제를 가장 걱정했다. 저출산․고령화가 기업에 미칠 영향 중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에 대해 응답 기업의 절반(46%) 가까이가 원활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꼽았다.
뒤를 이어 시장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19%), 인력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18%), 인구구조 급변 및 시장변화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의 어려움(15%)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가 평균 9년 이내로 산업현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간별로는 5~10년(44%)이 가장 높고, 10~15년(24%), 3~5년(9%), 현재 영향 미치고 있음(7.5%) 순이었다.
기업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 대응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 인력 활용 환경 조성(35%)을 꼽았다.
실제로 기업들은 고령 인력 계속 고용의 애로 사항으로 높은 인건비 부담(36%)을 가장 많이 꼽은 바 있는데, 이는 생산성과 관계없이 근속․연령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급 체계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이어서 고령인력 재교육 확대 등 고령층 취업기회 확대(29%), 근로시간 유연화, 보육부담 완화 등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24%), 취업비자 발급요건 완화 등 외국인 고용규제 개선(7.5%) 순으로 정책적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가정 양립 제도, 기업 5곳 중 1곳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적 제도들이 있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활용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가 기업 내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응답 기업의 44%에 그쳤다.
한편, 기업 5곳 중 1곳(22.5%)은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로제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가 기업 내에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대체인력 확보의 어려움(37%)을 가장 걸림돌로 꼽았고 기업의 인식 및 의지 부족(26%), 경직적인 기업 문화(26%) 등을 지적했다.
일․가정 양립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으로는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42%)이 꼽혔다. 그 뒤를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36%), 중소기업 지원 및 정책자금 확대(18%) 등이 이었다.
기업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40%)라고 밝혔다.
이어서 시차출퇴근, 재택근로 등 유연근로제 확산(23%),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14%),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서비스 확충(8%)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한경협은 "저출산‧고령화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 제도 확산 등 육아부담 완화 정책과 함께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세부담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AI를 통한 생산‧물류시스템 효율화 등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가 산업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 세제혜택등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