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총재를 맡은 집권 자민당이 4월 이후 주요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당내에서 '기시다 총리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반년 넘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자민당이 추천한 후보가 낙선하거나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6일 세 곳에서 치러진 주요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모두 패배한 것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를 '선거의 얼굴'로 해서 중의원(하원) 선거에 임하는 것을 (당내에서) 불안하게 보고 있다"며 "조기 중의원 해산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26일 선거에서 시즈오카현 지사, 히로시마현 후추초(府中町) 조초(町長), 도쿄도 메구로구 도의회 의원 당선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조초는 한국에서 읍장에 해당하는 직위다.
산케이신문은 특히 후추초가 선거구 재조정으로 기시다 총리 지역구에 속한 지역이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후추초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추천한 후보 출정식에 기시다 총리 장남이 참가하기도 했지만, 자민당이 지지한 후보는 큰 표 차로 낙선했다.
자민당이 연전연패하는 흐름은 3년 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퇴진하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스가 전 총리 집권 시절인 2021년 4월에 3석이 걸린 참의원(상원)과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전패했고, 6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와 8월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도 당 지지 후보가 패배했다.
요코하마시 일부 지역을 지역구로 둔 스가 전 총리는 당시 측근이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 출마하자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뼈아픈 패배만 안았다.
자민당은 올해도 26일 선거에 앞서 4월 말에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기존에 보유했던 3석을 모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내준 바 있다.
기시다파 출신 의원은 "기시다 정권은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자민당 무파벌 중진 인사는 "아소 다로 정권 말기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정권 교체를 막으려면 총리 퇴진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6월 정기국회 종료 이후 7월 7일 치러지는 도쿄도 지사 선거가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입헌민주당 렌호 의원이 전날 도쿄도 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현직인 고이케 유리코 지사도 조만간 3선 도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모두 국회의원과 각료 경험이 있는 유력 여성 정치인이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에 오래 몸담았다가 탈당했고, 렌호 의원은 입헌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활동했다.
자민당은 도쿄도 지사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고이케 지사를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렌호 의원 출마로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분석했다.
마이니치는 "렌호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에서 '반자민당' 자세를 강조했다"며 여야 대결 구도가 명확해질 우려가 있어 자민당이 선뜻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자민당 관계자는 "만일 (자민당 지지를 받은) 고이케 지사가 렌호 의원에게 진다면 기시다 정권은 끝"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