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 권순우(27)가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2년 만의 메이저 대회 승리를 거두며 자존심을 지켰다.
권순우는 27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350만 유로·약 794억 원)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승리했다. 세계 랭킹 494위 권순우가 67위 에밀 루수부오리(핀란드)를 세트 스코어 3 대 0(6-3 6-4 6-3)으로 완파했다.
2년 만의 그랜드 슬램 대회 승리다. 권순우는 2022년 8월 US오픈 1회전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이겼다. 지난해 권순우는 호주 오픈과 US 오픈 1회전에서 탈락했고,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에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권순우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당시 거친 행동으로 비난을 받았다. 단식 2회전에서 세계 랭킹 600위 대의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에 1 대 2(3-6 7-5 4-6)로 진 뒤 라켓을 코트 바닥에 내려쳐 부서뜨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대 선수의 악수도 거푸 거부해 논란이 됐다.
물론 삼레즈가 경기 중 비매너로 권순우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한 경기에서 권순우가 한국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권순우는 부상 등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해 아시안게임 당시 112위였던 랭킹이 지난달에는 600위 밖으로까지 밀렸다. 권순우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ATP 투어 2회 우승을 달성하며 2021년 11월 개인 최고 랭킹인 52위까지 올랐지만 내리막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프랑스 오픈에서 권순우는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이날 1세트를 6 대 3으로 따내 기선을 제압했다. 게임 스코어 4 대 3에서 권순우는 5번의 듀스 끝에 서브 게임을 지켜내 승기를 잡았다.
이날 권순우는 코너를 찌르는 스트로크로 상대를 구석으로 몬 뒤 절묘한 쇼트로 재미를 봤다. 2세트에서는 권순우가 5 대 4로 앞선 가운데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도 있었다. 그러나 권순우는 흔들리지 않고 약 1시간 뒤 재개된 경기에서 루수부오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세트도 따냈다.
3세트에도 경기 중단이 있었지만 흐름이 바뀌지 않았다. 권순우는 4 대 3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2회전 진출을 확정했다. 권순우는 2회전 진출로 일단 상금 11만 유로(약 1억6000만 원)를 확보했다.
권순우의 64강전 상대는 세바스찬 코르다(28위·미국)로 현재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맞대결에서는 코르다가 2 대 0(6-4 6-4)으로 이겼다. 권순우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3회전 진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