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서울국제도서전 수익금 반환 통지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출협은 2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서울국제도서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국제도서전 사업과 관련해 약 3억5900만원을 반납하라는 최종 통지를 받았다며, 이 통지가 절차상 무효일 뿐 아니라 실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잘못된 것임을 밝히고자 도서전 수익금 재정산 확정 및 반환 통지에 대해 행정보송법상 무효확인 및 취소 항고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출협의 이번 행정소송은 작년 7월 박보균 전 문체부장관이 "출협이 지난 5년간 주최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탈선 행태를 발견해 정밀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힌 지 309일 만이다. 이 같은 상황은 주무 장관이 유인촌 장관으로 바뀐 뒤에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출판 카르텔'을 언급하며 윤철호 출협 회장 등 임원들을 향해 "책임 회피를 하지 말고 정당한 감사를 받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출협은 정부의 출판정책 파행을 비판하며 박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복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발언한 직후 정부 주요 부처가 '카르텔 청산'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문체부 주요 사업 등 출판계 관련 정부 보조금 사업도 정비 대상이 됐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지난해 7월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카르텔 발언과 8월 초 경찰 수사의뢰가 결국은 문체부의 수익금 환수 통고로 이어졌고, 오늘 출협은 행정소송의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비리, 횡령, 배임 등 범죄 행위를 단죄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을 지난해 장관의 카르텔 의혹 제기와 관련 수사 의뢰가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이제 와서는 '돈이 남은 거 같으니 돈을 돌려주라'는 수익금 환수 조치로 귀결되고 있다"며 "법적 근거도 없는 조치에 대해 출협은 소송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을 밟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출협은 문체부가 주장하는 도서전 수익금 환수에 대해 법적 근거도 관련 사례가 없다면서도 수익금 환수가 목적이었다면 수익금 요구액을 임시로 지불하고 타당성을 따지는 적절한 방법을 강구했을텐데 그런 협의도 이루어진 바 없이 일방적으로 통고해왔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지난 10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2018·2019·2022년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해 수익금 3억9500만원을 반납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출협은 절차상 무효일 뿐 아니라 감사 결과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체부의 행정 조치를 수용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서울국제도서전 운영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도 했다.
출협에 따르면 도서전 국고보조금은 7억7천만원(문체부는 10억원 안팎이라 설명) 정도다. 여기에 출협 자부담, 도서전 참가사 참가비 등을 포함하면 전체 40억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데, 참가비와 입장료, 카페테리아 운영, 기타 출연금 등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반면 문체부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이 같은 개최와 참가, 홍보 비용 등을 '직접비'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발생 이익금 대부분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출협은 관공서가 아닌 민간 지원 사업에서 환수 법적 근거나 관련 사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출협은 먼저 문체부의 수익금 환수 결정을 대리 집행한 출판산업진흥원이 수익금 환수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청구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서울국제도서전 보조사업자는 출판진흥원이고 간접보조사업자는 출협인데, 보조급법상 보조사업자가 간접보조사업자에게 보조금 반환 청구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출판진흥원이 반납 통지 근거도 없다고 했다.
2018년과 2019년 도서전에 대한 국고보조금 정산 역시 이미 출판진흥원과 문체부 담당자와 사업비 포함 여부 및 범위를 두고 수 차례 논의를 거쳐 정산보고서를 확정했는데, 4~5년이 흘러 다시 수익금 산정을 소급 적용해 보조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익금의 정의나 반환 절차에 대한 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보조금법은 '교부조건'에 보조금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금을 반환하라고 명시한 경우에만 수익금 반납 의무가 발생하지만 2018·2019년 도서전의 경우 이같은 수익금 반환 교부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참가비, 입장료, 카페테리아, 기타 출연금을 출협의 자부담금으로 보고 있어 수익금을 볼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출판계 민간단체인 출협이 66년 동안 주최해온 사업이지만 서울국제도서전을 출판진흥원이나 문체부 수익 사업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K-출판의 핵심 행사로 성장시킨 출협과 출판계 등 민간이 이룩한 노력을 대가 없이 정부가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수익금 반환 요구가 부당하다고 했다.
윤 회장은 "서울국제도서전과 해외도서전, 주빈국 행사 등 독서 진흥 및 출판의 해외진출지원을 위해 출협에 배정된 보조금 예산을 전면 삭감하고 각종 의혹 제기와 수시의뢰 조치는 사실상 독재문화의 재현이자 또 다른 블랙리스트 징후"라고 비판했다.
이어 "예산 삭감으로 보조금을 못 받게 되면 출판계가 도서전을 치러내지 못해 두 손을 들고, 해외 출판계와의 교류와 진출도 단절돼 속수무책일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출판인들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더욱 활발하게 도서전에 참여해주었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더욱 많은 티켓을 구매해주고 있다"면서 "정부가 할 일은 출판인들과 독자들의 이런 에너지를 북돋는 일이지, 국민들과 싸우고 탄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