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 한복판에서 조직폭력배 일행이 시민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병원에 이송될 정도로 크게 다친 상황을 확인하고도 가해 남성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 없이 이들을 현장에서 돌려보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폭행 혐의로 A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4일 오전 2시 35분쯤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유흥가에서 B씨 등 남성 2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씨 등은 길거리에서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B씨와 일행 등 2명을 마구 때렸다. B씨는 얼굴뼈가 내려앉을 정도로 크게 다쳐 현장에서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일행은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조직폭력배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이들 중 한 명은 실제 한 폭력조직 소속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양측 진술과 목격담, 현장 CCTV 등을 바탕으로 사건 경위와 동기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조폭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시민 왕래가 많은 도심 유흥가 도로에서 일반 시민에게 중상을 입히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사건을 이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폭행 발생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대응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취재 결과 당시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을 확인한 뒤 폭행을 주고받은 양측과 목격자의 진술 등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씨 측이 폭력조직 소속이라고 주장했다는 진술을 들었다. 애초 시비 끝에 폭행당한 B씨가 현장에서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크게 다친 사실도 파악했다. 또 현장 관계자 사이에서는 A씨 일행이 흉기를 쥐려 했다는 진술도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 일행이 신원을 밝혔다는 등의 이유로 체포나 임의동행 등 기본적인 신병 확보 조치는 하지 않고 현장에서 그대로 돌려보냈다. 이후 사건 발생 나흘째에야 A씨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와 CCTV 등 범죄 소명자료가 충분하고,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밝히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보였다"며 "당시 현장 경찰관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 체포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해 체포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