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반도체만이 살길' 대만의 선택

라이칭더 정부 초대 경제부장관, TSMC 협력업체 설립자
민진당 대만 정권, 생존위해 반도체에 집중
IT 박람회 '컴퓨텍스' 타이베이서 곧 개막
중국, 대만 포위만큼 전세계 대만 반도체 주목
TSMC 협력사 3만여개, 촘촘한 반도체 생태계


 
차이잉원 대만 전 총통(오른쪽)과 오드리 탕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 연합뉴스
 
2016년 대만 총통으로 취임한 차이잉원은 35살의 오드리 탕에게 장관급 정무위원 직을 맡겼다.
 
오드리 탕은 디지털로 대만의 정치·사회 문제들을 해결해 보겠다며 시민사회운동을 벌이던 중이었다.
 
14살에 학교를 중퇴했으니 학력이랄 것도 없고, 정치나 공직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30대란 점도 그렇지만 가장 논란이 됐던 건 성 정체성 혼란을 겪어 24살에 성전환을 선택한 트랜스젠더란 점이었다.
 
결국 오드리 탕은 최저 학력에 최연소, 세계 최초 트랜스젠더 출신 장관이 된 뒤 지금까지 대만의 디지털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21년 우리 정부가 오드리 탕 장관을 글로벌 정책 콘퍼런스에 초청해놓고 중국을 의식해 행사 직전 갑자기 연설을 취소시키는 결례를 저질러 국내에서도 이래저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TSMC. 연합뉴스

지난 20일 취임한 라이칭더 신임 총통은 TSMC에 각종 장비와 소재를 납품하는 하청 협력업체 설립자를 초대 경제부 장관에 임명했다.
 
대만 반도체산업의 상징인 TSMC 협력업체 인사란 점에서 오드리 탕 발탁에 못지않은 주목을 끈다.
 
차이잉원도 그렇지만 라이칭더 총통 역시 대만이 중국의 압박 속에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도체밖에 없다는 걸 제대로 파악한 인물이다.
 
당선인 시절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대만 투자와 인재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개방정책을 쓰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를 둘러싼 선점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다음 달 초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IT 박람회 '컴퓨텍스' 열린다.

26개국에서 1500개 기업이 참여하고 세계 최강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엔비디아의 경쟁업체 AMD의 리사 수 CEO, AI 솔루션 기업 슈퍼마이크로 찰스 리앙 CEO 등이 기조연설에 나선다.

세 사람 모두 대만 출신으로 대만계 미국인이다. 젠슨 황과 리사 수는 대만 남부 타이난 출신의 친척지간으로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중국본토 저장성 출신이지만 대만에서 성장해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는 TSMC 설립자 모리스창 외에도 반도체와 AI 분야에는 대만 출신 인사들이 즐비한 데 이번 컴퓨텍스 박람회에 대만 출신들이 나란히 기조연설에 나서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대만 민진당 정권의 반도체 산업 육성이 힘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미국 AMD는 약 21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 최초의 R&D 센터를 대만에 설립하기로 했고, 엔비디아는 이미 약 1조원을 들여 1천여명이 근무하는 'AI 혁신 R&D 센터'를 대만에 건설 중이다.
 
전 세계 인공지능 칩 분야 1강과 2강이 아시아 지역 최초의 R&D 센터를 대만에 설립하는 것이다.
 
대만에 R&D 센터를 운영 중인 구글은 일본이나 한국이 아닌 대만에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IT엔지니어를 배치해두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막강한 보조금 정책, 희토류 최대 생산국 등의 힘을 갖고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보다 앞서간다.
 
세계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3만여개의 중소 협력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는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다.
 
중국이 대만 및 한국으로부터 적잖은 반도체 관련 인력을 빼내갔지만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이 최근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방안을 밝히고 26조원 규모를 투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대해 "전기, 용수, 도로 같은 인프라는 정부와 공공부문이 책임지고 빠른 속도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에 주목한 점을 환영한다.
 
중국인민군 '날카로운 검'이란 이름의 '대만 포위전' 가상도. 연합뉴스

중국은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이 취임한 지 사흘 만에 대만 전역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과 해군, 공군, 로켓군이 총동원된 훈련이었다.
 
미국과 EU가 나서 중국의 자제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힌 반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됐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포위는 풀렸고, 이제 세계 경제계는 양안 간 긴장관계 못지않게 반도체 핵심국으로 위상을 굳혀가는 대만 컴퓨텍스를 주목한다.
 
대만 출신의 반도체 분야 리더들이 고향 대만에서 어떤 인사이트와 방향성을 제시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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