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샤이니는 데뷔 16주년을 맞았고, 건강 문제로 활동을 쉬었던 리더 온유가 복귀해 비로소 4인조로 돌아왔다. 정규 8집 '하드'(HARD) 활동부터 투어까지 줄곧 셋이었으나, 16주년에 맞은 단독 콘서트를 통해 언제나 다섯임을 확인했다.
지난 24일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는 샤이니의 앙코르 콘서트 '퍼펙트 일루미네이션 : 샤이니스 백'([PERFECT ILLUMINATION : SHINee'S BACK] 첫날 공연이 열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버그와 같은 오류가 발생해 화면이 흔들리고 엉키면서 범상치 않은 출발을 한 이번 공연에는 다섯 개의 실루엣이 등장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함께했던 고(故) 종현도 함께한 셈.
또 다른 대표곡이자 샤이니표 'SMP'(SM Music Performance) 장르로 분류되는 '루시퍼'(Lucifer)부터, 단독 콘서트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낯선자'(Stranger), 정규 8집 수록곡 '새틀라이트'(Satellite)와 '아이덴티티'(Identity), 스탠딩 마이크 하면 떠오르는 '드림 걸'(Dream Girl)까지 무려 6곡의 무대를 끝내고서야 샤이니는 비로소 멘트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온유가 리더로 인사를 선창했고 "잘 부탁드린다. 감사하다"라고 짧게 말하자, 다른 멤버들은 "진기 이즈 백!" "온유 이즈 백!" "샤이니스 백!"을 연호하며 환영했다. "사실 좀 여유롭게 해야지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체력 분배를 좀 잘못한 것 같다"라며 "저희 샤이니 보고 싶었나?"라고 여러 번 외친 태민은 "오늘 잘 부탁드리겠다"라고 당부했다.
초반부터 워낙 달려버려서 속도 조절을 못 했다는 건 너스레가 아니었다. '4인'으로 돌아온 샤이니는 널리 알려진 대표곡은 물론, 정규 8집 수록곡, 일본 앨범 수록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빠른 템포와 안무가 곁들여져 숨 가빠지는 노래든, 가창력과 표현력이 도드라져야 하는 발라드든, '힘에 부쳐 사리는' 기색을 발견할 수 없었다.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Replay)를 비롯해 '산소 같은 너'(Love Like Oxygen), '링딩동'(Ring Ding Dong) 등 초기 곡도 '오래전에 나온 곡'이라는 낡은 느낌이 거의 없었다는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2000년대 말부터 2020년대를 거쳐오며, '컨템포러리 밴드'라는 정체성을 따라 '동시대성'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의 음악을 일관되게 들려준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여러 곡의 안무를 새로 외워야 했던 온유는 워낙 고강도의 퍼포먼스를 연달아 한 나머지 힘든 기색을 노출하기도 했다. 민호는 온유의 손을 잡으며 "괜찮으세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온유 형 말 좀 해 달라"라는 요청에도 온유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별말 없이 따봉 포즈를 취했다. 키는 "할 수 있다 하지 않았나"라고 거들었다.
태민은 "상상 속에선 되게 날아다녔는데…"라고 아쉬워하다가도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공연장에) 계셔서… 저희가 딱 80%(에너지)로 쭉 해야 하는데 180으로 해 가지고…"라고 말했다. 민호가 "웬만한 크로스핏보다 더 힘든 구간인 것 같다"라고 묘사하자, 온유는 "크로스핏 안 해 봤는데 저 잘할 것 같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온유는 "여러분께 이렇게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었고 제가 이렇게 들어와서 할 수 있었던 것도 멤버들 그리고 여러분이 잘 기다려주신 덕분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멤버들한테 박수 한 번만!"이라고 박수를 유도했다.
청량, 몽환, 신비로움, 신남, 역동적, 감미로움 등 세트 리스트에 포함된 곡은 스펙트럼이 넓었다. 그중에서도 '돈트 콜 미' '주스' '하드'를 '최근의 샤이니'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곡으로 꼽고 싶다. '전화하지 마'라는 주제이기에 곡의 화자에게서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이 나타나는데도, 이를 소화하는 멤버들의 역량이 충분해서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방백'(Aside)이나 '재연'(An Encore)에서는 '샤이니표 발라드'의 유려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라이브가 가능할까 의심하다가도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매번 증명하는 '히치하이킹' 역시 꼭 언급하고 싶은 곡이다.
16주년을 맞은 샤이니는 앙코르 콘서트를 하면서 군데군데 종현을 상기하도록 했다. 오프닝에서부터 종현은 영상을 통해 실루엣으로 등장했다. 중간에 원 오브 원'(1 of 1) 안무 애니메이션 영상에서도 종현을 포함한 다섯이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도쿄돔 공연의 메인 LED 장치를 업그레이드한 가로 3.5m, 세로 10m의 플라잉 스테이지를 슬로프로 활용했다. 가로 12m, 세로 6m의 무빙 스테이지는 본무대에서 시작해 관객석으로 점점 가까이 와 새로운 형태의 돌출 무대를 만들어 내 눈길을 끌었다.
'완전한 빛'(PERFECT ILLUMINATION)이라는 공연명에 걸맞은 빛과 조명의 활용도 볼거리였다. 이번 공연 연출은 샤이니와 오랜 인연을 이어 온 황상훈 SM 퍼포먼스 디렉터가 맡았다.
26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사흘 동안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샤이니 앙코르 콘서트는 3회 모두 시야제한석 포함 전석 매진을 기록해 약 3만 명 관객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