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독립영웅' 또 찾았다…무명의 '아나키스트' 재조명

경남도, 창원 흑우연맹 아나키스트 6명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
항일 독립운동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흑우연맹 소속 아나키스트 발굴

창원 흑우연맹 관련 기록물. 경남도청 제공

경상남도가 잊혀선 안 될 이름, '독립 영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독립운동에 참여하고도 객관적인 입증 자료가 부족해 서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독립운동가 발굴·서훈 신청 전담조직(TF)'을 구성하고 직접 발굴한 24명을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한 데 이어 새로운 독립유공자 6명을 추가로 찾아 서훈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6명은 창원 흑우연맹 소속의 이름 없는 '아나키스트'로 활동했다.

흑우연맹은 일제강점기 재일 유학생 박열 등에 의해 조직된 아나키즘(anarchism), 무정부주의 운동 단체다. 아나키즘은 무정부 상태를 뜻하는 아나키(anachy)를 비롯해 무정부주의로 번역되며 일제강점기 국가 권력인 일제에 저항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려는 운동을 뜻한다.

반일·반공산주의적 민족 운동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1920년대 후반에 이어 193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조선인 아나키스트 운동을 주도한 단체가 흑우연맹이다.

창원 흑우연맹은 1928년 5월 창원을 중심으로 조병기·손조동·김두석·박순오·박창오·김두봉·김상대 선생 등 7인이 주도해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독서구락부를 조직해 아나키즘 이론을 연구하며 창원 지역에 항일독립운동 사상을 선전하다가 경찰의 탄압으로 1929년 5월 검거됐고, 9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아나키스트의 항일 독립운동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아나키스트가 '무정부 주의자'로 번역돼 모든 사회 체제와 지배 체제를 거부하는 극단적인 사상가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나키스트의 항일 독립운동은 국가 중심의 독립운동사 속에서 사실상 잊혔다. 실제 창원 흑우연맹 7인 중 독립유공 서훈을 받은 이는 지난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박창오 선생이 유일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독립운동가 발굴 전담팀을 구성한 도는 독립운동에 참여하고도 서훈을 받지 못한 남은 6명을 발굴하고 서훈 신청에 이르렀다.

유공자 서훈의 가장 핵심은 '입증 자료'다. 보통 분단과 전쟁으로 기록과 기억이 사라진 데다 독립운동가들은 스스로 신분을 숨겨야 했고 기록도 남기지 않다 보니 공적 내용과 증거 자료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도는 유족의 도움을 받아 1929년 창원 흑우연맹 사건을 다룬 부산지방법원 마산지청 판결문과 집행원부 등을 확보했다. 집행원부는 경찰로부터 접수한 피의자의 처분 결과를 정리한 기록물이다.

또, 당시 신문 기사와 관련 논문 등을 분석해 이들의 활동을 항일 독립운동의 관점으로 재조명하는 공적서를 작성해 국가보훈부에 제출했다.

창원 흑우연맹 관련 기사. 경남도청 제공

도는 지난해 독립운동가 발굴 전담조직을 통해 388명의 독립운동 관련 행형기록뿐만 아니라 도내 읍면동을 뒤져 먼지가 쌓인 일제강점기 기록 수형인명부 13권을 찾았다.

경남은 3·1운동 이후 만세 운동이 가장 길고 격렬했으며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곳이지만, 지난해 8월 기준 경남의 독립유공자 수는 1182명으로, 전국(1만 7748명)의 6.6%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도는 도내 독립운동 사건을 지역의 관점으로 재조명하고 무명의 독립운동가를 찾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경남도 신종우 복지여성국장은 "험난하게 독립운동을 했던 지역 아나키스트들의 공적이 이번 서훈신청을 통해 제대로 인정받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