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에 옛 '문고리'의 그림자…정호성 등용 논란

시민사회수석실 3 비서관으로…'공감‧소통' 관련 역할
'문고리' 논란에 尹 대통령 수사‧사면 전력까지
여권 내부서도 "논란의 인사, 이해 안 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의 일원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윤석열 정부의 참모진으로 발탁돼 용산 대통령실에 합류했다. 이번에는 시민사회수석실 소속으로, 기존 국민공감비서관의 업무를 이어받는다.
 
하지만 정 비서관이 과거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최측근 참모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수사‧기소했다가, 대통령 취임 이후 사면‧복권한 인사였다는 점에서 적절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실 "업무 역량 평가, 적임자" 평가했지만…


대통령실은 정 비서관의 발탁 배경엔 '역량'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정 비서관의 국가관을 비롯해 개인 업무 역량을 높이 평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의원 시절부터 보좌하기 시작해 청와대에서도 일정, 연설문 내용 등을 관리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정 비서관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일반 시민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정 비서관이 이런 업무를 많이 경험했고, 능력 면에서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에 대해선 복수의 추천을 바탕으로 인사 검증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고리' '국정농단' 논란의 중심 인물…적절성 비판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정 비서관이 한때 '문고리 3인방'의 일원으로서, 나아가 '국정농단 사태' 가운데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과 관련해 이번 인사의 적절성을 두고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정 비서관은 당시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대통령 말씀 자료' 등 기밀 문건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통령 주변의 핵심 참모였는데도 국정 운영에 대해 제대로 된 '쓴소리' 대신 오히려 눈과 귀를 가리는 데 일조해 사태를 키웠는데, 재차 대통령실 요직에 발탁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최근 들어 대국민 소통 의지와 더불어 '체감할 만한 쇄신 의지'를 강조했던 점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국정농단 사태 관련 특검 수사팀장과 중앙지검장을 지내며 정 비서관 구속‧기소, 유죄 입증에 앞장섰는데, 정작 대통령 당선과 정부 출범 후인 2022년 12월 그를 사면·복권했고, 이번엔 한발 더 나아가 그를 참모로 재등용한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해가 안 된다. 그야말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인사"라며 "탄핵 사태 한가운데서 잘못된 처신이 인정돼 형을 살았던 인물이다. 새 정부에서 다시 요직에 배치한들 민원, 소통 업무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도 바뀔 수 있다, 바꾸겠다'는 신호는 결국 사람 쓰는 일을 통해서 보여줘야 하는 건데, 과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를 다시 등용해서 혁신의 의미를 살릴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시민사회수석실 외에도 정무수석실, 민정수석실 등 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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