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의 소통 자리에서 직접 구운 고기와 직접 조리한 계란말이, 자신의 요리법대로 끓여진 김치찌개 등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당선인 시절 기자들에게 "취임하면 김치찌개를 끓여 같이 먹자"고 했던 것을 취임 2년여 만에 실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야외마당에서 '대통령의 저녁 초대'를 열고 출입기자들과 만나 "취임하면서 여러분들에게 후보 시절 SBS '집사부일체' 때 했던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못했다"며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같이 담소를 나누며 즐겨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2주년 기자회견에서 "언론과의 소통, 정치권과의 소통을 더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을 마친 윤 대통령은 정장 셔츠 위에 흰색 앞치마를 둘러매고 직접 석쇠에 돼지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팔에 토시를 낀 윤 대통령은 접시를 든 기자들에게 일일이 고기를 나눠주며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또, 연기를 맞아 다소 붉어진 얼굴로 다른 조리대로 건너와 여러 차례 계란물을 부어 두툼한 계란말이를 말고는 이를 썰어 기자들에게 도마째 내밀었다. 커다란 철제 통에 담긴 김치찌개는 직접 국자를 들고 배식에 나서기도 했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비롯한 참모진도 조리 활동에 동참했다. 정 실장은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돼지고기를, 성 실장과 장 실장, 수석들 역시 '노 타이' 차림으로 각자 조리대에서 닭고기, 소시지 등을 구웠다.
각 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7명의 수석비서관, 비서관들은 기자들과 테이블에 함께 앉아 얘기를 나눴다. 테이블 위엔 윤 대통령의 김치찌개 재료, 조리법이 설명돼 있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윤 대통령은 식사 말미에 21개의 테이블에 각각 들러 기자들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함께 사진을 찍은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는 원래 마지막에 밥 먹고 나서 라면을 또 더 넣어줘야 제대로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여러분과 좀 더 거리를 좁히고 시간을 더 많이 갖겠다"며 "이런 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정치하는 사람 입장에서 언론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저와 정치인 모두 언론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더 많이 비판받고 국정을 운영할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200여 명의 출입기자들과 함께 이뤄진 이날 만찬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기자단과 식사를 함께한 것은 지난해 5월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 마당에서 열린 오찬에 예고 없이 등장한 이후 약 1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