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디다 회퍼. 독일 베를린 코미셰 오페라하우스. 2022. 국제갤러리 제공 독일 출신 사진 작가 칸디다 회퍼(80) 개인전 '르네상스'(Renascence)가 23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팬데믹 기간 리노베이션 중이었던 건축물과 과거에 작업한 장소를 재방문해 작업한 신작 14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50년간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 등 문화적 장소를 정밀한 구도와 디테일로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 독일 베를린 코미셰 오페라하우스,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스위스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 도서관을 촬영한 사진을 출품했다. 모두 2020~2022년 사이 작업했다.
출품작은 사진이지만 건물의 초상을 담은 회화처럼 느껴진다. 작품 속에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촬영할 때 인공적인 조명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전시장에서 만난 회퍼는 "주관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람이 보이지 않게 했고 자연광을 써서 찍었다. 후보정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칸디다 회퍼.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 2020. 국제갤러리 제공 칸디다 회퍼.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 2020. 국제갤러리 제공 1880년 개관한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카르나발레 저택과 르 펠레티에 드 생 파르고 저택으로 구성됐다. 박물관은 2016년부터 리노베이션을 진행했고 작가는 재개관을 1년 앞둔 2020년 이곳을 방문했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 생긴 철제와 나무 재질의 나선형 계단, 빨간색 장막이 돋보이는 벽화는 자연광 덕에 투명성과 광도가 부각된다. 베를린 코미세 오페라하우스 역시 붉은 색조의 공연장 내부와 화려한 조형 장식을 대칭적 구도로 담아내 공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한다.
모더니즘 건축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2015년부터 6년에 걸쳐 최대한 원형 그대로 개보수했다. 회퍼는 2021년 재정비를 마친 공간 곳곳에 렌즈를 들이대며 인간의 흔적을 암시했다.
칸디다 회퍼. 스위스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 도서관. 2021. 국제갤러리 제공 2001년 방문했던 스위스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 도서관은 2022년 재방문했다. 장크트갈렌 시에 위치한 이 수도원은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개축됐고 198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2001년 작품은 정교한 프레스코화와 로코코식 몰딩으로 장식된 아치형 천장에 주목했다. 이에 반해 2021년 작품은 인물의 요소를 배제하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이 교차하는 내부 공간을 조명했다.
"현대적이지 않지만 영원성을 간직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공간에 남은 흔적과 빛, 미묘한 공기의 감각에 집중하고 이를 완벽한 대칭 구도로 담아냄으로써 영원성이 담긴 공간의 초상을 완성했다.
작가는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현대 독일 사진을 이끈 베른트 베허와 힐리 베허 부부로부터 사진을 배웠다. 당시 수업을 함께 들었던 토마스 스트루스, 토마스 루프, 안드레아스 거스키와 '베허 학파' 1세대로 불린다. 현재 쾰른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