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조국 강성 팬덤이 문제?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우원식 지지 색출? 민주당 팬덤정치 논란
국민의힘도 '강경 보수' 갇혀 확장성 제한
유튜브·SNS 중심 뉴스 소비로 더 가속화
상대편 반대로 우리편 결집? 갈등만 키워
유권자 적극적 참여 바람직, 문제는 정치
정치 참여에 필요한 '책임' 어떻게 키울까
더 많은 정보 가진 정치권·언론 역할 필요
사람을 기준으로 주장 판단하는 건 위험
다른 생각 가진 사람과도 소통 노력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민하 평론가

◇ 채선아> 퇴임을 앞둔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최근의 팬덤 정치가 상대방을 배제하고 공격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요즘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팬덤 정치 논란에 목소리를 보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언젠가부턴가 '팬덤'과 '거부'로 갈라진 정치 문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김민하 평론가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민하> 안녕하세요.

◇ 채선아> 요즘 정치에 대해 얘기하면 '유튜브', '확증 편향', '팬덤 정치'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 김민하> 그렇죠. 그런 단어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정치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론가의 역할도 좀 달라진 것 같아요.

◇ 채선아> 어떻게요?

◆ 김민하> 과거에는 평론가라고 하면 정치적 현안이나 최전선에서 한 발 떨어져서 정치의 전반적인 것을 해설하고, 이쪽 입장은 이렇고 저쪽 입장은 저런데 바람직하게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습니다. 하지만 팬덤 정치의 맥락과 확증 편향 속에서 정파적인 부분과 겹치다 보니, 평론가들도 거기에 따라서 입장과 역할이 갈라지는 것 같고요.


◆ 김민하> 아마 정치 일선에 있는 정치인들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나 봅니다. 그러니까 김진표 국회의장도 그런 얘기를 했을 것 같은데, 김진표 국회의장은 민주당 출신이라 그렇게 얘기한 거지만, 제가 볼 때는 정파 불문이에요. 민주당의 경우에는 지금 국회의장 후보 경선 이후에 추미애 당선인이 당선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한 당원들이 탈당하고 있죠. 조국혁신당으로 간다고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하고, 우원식 후보에게 투표한 국회의원이 누구지 찾아내겠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또 우원식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생각되는 국회의원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한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때가 되면 다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라고 칭하는, 강경 보수층에 갇히지 않는 영역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선거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죠. 이번 총선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 김민하> 유권자들도 답답할 겁니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사람들의 얘기만 듣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또 그러다 보니 반대파가 하는 얘기는 듣지 않고 멀리하게 되는 상황들에 부딪히게 되거든요.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잘 안되는 정치 환경이죠. 이런 것들이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 채선아>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던 건지 궁금해요.

◆ 김민하> 과거와 현재 정치의 본질이 달라진 건 아닙니다. 제도가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대의민주주의라는 큰 틀이 바뀐 것도 아니고요. 정치의 본질적인 부분들은 변하지 않았는데 과거와 현재의 다른 점은 과거에는 인터넷과 SNS가 없었다는 거죠. SNS와 유튜브가 정치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확증 편향이나 팬덤 정치의 경향이 더 심해지는 상황입니다.


◆ 김민하> 과거에는 정치의 공론장이 주로 방송이나 신문, 즉 오늘날의 레거시 미디어라고 부르는 매체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걸러질 만한 얘기는 대부분 걸러진 상태에서 보도가 됐습니다. 또 초연결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정치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요. 이런 조건들이 합쳐지면서 정치적인 문법까지도 달라지게 된 겁니다.

◇ 채선아> 한편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의견 내고 댓글 달고 참여하는 건 좋은 거 아닌가요?

◆ 김민하> 원론적으로 보면 그렇죠. 유권자 각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그게 정치에 제대로 전달이 되고 정치가 거기에 대해서 반응하는 게 원론적으로는 좋은 민주주의인 거잖아요. 인터넷, SNS, 유튜브 등이 거기에 기여하는 건 좋은 일이죠.


◆ 김민하> 하지만 오늘날 팬덤 정치 등으로 인한 문제가 벌어지는 이유는 현실 정치가 이러한 변화된 조건을 바람직한 방식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적극적이고 양적으로 확대된 참여를 용이하게 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참여라는 것은 책임을 동반하는 거거든요. 책임을 제대로 지는 정치라는 건 내가 무언가에 대해 주장하고 얘기할 때 이 사안에 대해 잘 알도록 해야 하는 것이고, 또 잘 아는 것도 탁월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또 그런 맥락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요.

하지만 사실 우리가 먹고살기 바빠 하루에 뉴스를 30분 보기도 어려운 삶을 살고 있잖아요. 예를 들면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논의한다고 해 봅시다. 이건 내 일상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제잖아요. 그런데 내가 연금 개혁의 전문가가 되어야지만 의견을 낼 수 있다고 하면 그것만큼 화가 나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죠. 전문가가 아니어도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려면 중간에서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책임을 가진 정치인이, 그리고 이 정치인을 통해서 정보를 습득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서 우리가 30분만 뉴스를 보더라도 지금보다는 좀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유권자가 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설명하고 도와줘야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런 정치적 역할을 정치인과 언론이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팬덤'이라고 불리는 지지자들의 요구나 주장을 무조건 옳다고 하는 경우가 많죠. '지지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나는 정치인으로서 그것을 현실 정치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된다'고 얘기를 하는 거죠. 또는 '팬덤 정치는 나쁜 것이기 때문에 지지자와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수의 전문가와 정치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대로 움직이겠다'는 메시지를 내죠. 요즘은 이 두 가지만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다 정답은 아니거든요.


◇ 채선아> 설득하는 과정이 없네요.

◆ 김민하> 그렇죠. 최근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이 국회의장 선거 이후 후폭풍에 대해 당원의 의견을 좀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 당원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를 확대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단지 양적으로 당원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원들이 뭔가를 요구할 때 맞는 얘기면 받아들이겠지만, 잘못된 걸 요구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틀린 얘기를 할 때는 그게 아니라고 성심성의껏 설명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필요하죠. 하지만 그게 매우 부족해 보입니다.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는 '민주당은 팬덤 정치에 완전히 사로잡힌 당'이라고 얘기합니다. 이 팬덤 정치를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어떻게 전환할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서로의 팬덤 정치를 비판해요.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서 가령 '당원 100% 전당대회가 되겠느냐' '중도층을 향한 정치를 해라' 이렇게 손가락질하다가 민주당의 문제가 되면 '우리는 지지층이 요구하기 때문에 이렇게 가야 된다'고 얘기하죠.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서 '개딸들의 정당'이라면서 비판하다가 민주당에서 팬덤 정치가 논란이 되면 '당심이고 민심이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이래서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거죠.

◇ 채선아> 사안에 대한 설득이나 설명이 부족하고 서로만 틀렸다고 지적하는 게 문제라는 거잖아요.

◆ 김민하> 그렇죠. '비토크라시(vetocracy)'라는 표현도 있지 않습니까?


◇ 채선아> 거부를 뜻하는 비토(veto)죠.

◆ 김민하> 민주주의가 '데모크라시(democracy)'고, '비토'는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반대의 정치를 말하는 거예요. 가령 양쪽 파벌이 서로 싸울 때,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내세울 수도 있지만 어떻게 매번 그렇게 서로 반대하기만 할 주장만을 하겠습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수용할 만한 주장도 서로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는 어느 정도 절충하면 합의에 이를 만한 주장을 서로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주장이나 정책도 앞뒤를 따져서 합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서로를 반대하는 현상이 일반화된 상황을 '비토크라시'라는 말로 비판하죠.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 따져봐야 하는데요. 정치를 왜 하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 정치인들은 아마 '내가 이러저러한 삶을 살아오다 보니 이런 현실의 문제를 발견하게 됐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에 입문했다'고 대답할 겁니다. 그런데 '비토크라시'라고 하는 방식의 정치적 해법으로 매몰된다면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요? '나는 이렇게 상대방을 열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 편을 단결시키고 지지를 더 크게 확보하면 그 안에서 본인이 좀 더 높은 지위를 가지면서 지지자를 더 많이 동원할 수 있게 되는 정치를 추구하는 것에 불과하죠.


◇ 채선아> '반대하는 사람 다 내 밑으로 모여!' 이런 거군요.

◆ 김민하> 그렇죠. '우리가 더 확실하게 상대편을 반대해 볼게' 하면서 우리 편을 불리는 어떤 그런 정치를 추구하는 건데 어떤 상황에서는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사회를 나아지게 하는 역할을 하지는 못하겠죠.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키는 상황으로 밀어 넣는 거죠.

◇ 채선아> 우리나라만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 김민하> 사실은 이런 것들이 전 세계적인 고민이에요. 어떤 신문을 보면 이게 민주당만의 현상 같고 또 어떤 신문 보면 보수 정치만의 현상 같고 또 어떤 신문 보면 한국만 이런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전 세계 정치가 사실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어요.

앞서 인터넷이라든가 SNS라든가 여러 가지 우리가 처한 조건의 변화가 민주주의의 변화된 양태를 낳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문제는 인터넷, SNS, 유튜브 환경의 변화도 있지만 다수결에 근거한 대의민주주의에 내재한 한계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일 수도 있다는 거죠.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설명을 해보자면, 100명이 있다고 칠 때 100명이 각자 가지고 있는 의견이 있잖아요. 100명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보다 99명한테 나머지 1명에게 반대해야 될 이유를 얘기해 보자고 하는 게 상대적으로 훨씬 쉬워요. 다수결은 사실 어느 한쪽이 다수파를 먼저 만들면 되는 게임인 거잖아요. 그러면 우리 편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반대할 대상'을 먼저 찾아내면 되는 거예요.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든지 간에 이런 방식의 딜레마는 형태를 달리해서 언제나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정치가 다당제적인 형태를 구현하고 있다고 해도 양당제적으로 귀결되는 이유죠. 찬성과 반대는 늘 두 가지 선택지잖아요. 그래서 양당제적인 구도로 귀결되는 거고 그러다 보니 이상적인 민주주의 구현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 채선아> 그래서 그런지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진다는 말도 많이 나오잖아요. 정치에 관심을 가져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김민하> 이런 얘기 한참 들으면 요즘 말로 '현타' 오잖아요. 민주주의가 잘 되려면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스스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춰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굴러갑니다. 그러려면 주권자가 더 지혜롭고 현명해져야 되고, 정치와 언론이 주권자가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죠. 그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각성을 해야 합니다. 사람을 기준으로 주장을 판단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죠. 가령 어떤 사람이 어떤 주장을 했을 때 '저 사람은 믿을 만하니까 저 주장이 맞는 얘기겠지'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잖아요.

◇ 채선아> 사람을 먼저 믿는 거죠.

◆ 김민하> 그렇습니다. 거기서 먼저 벗어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고요. 그리고 단순한 도식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것도 탈피할 필요가 있어요. 가령 '보수는 이렇게 생각할 거야', '진보면 이렇게 생각할 거야'라는 도식이 있고 언론도 그렇게 보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닌 경우도 상당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본질로 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또 입장이 다른 사람과도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에 대해서 시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거하고는 다르다고 하거든요. 언론이 때마다 이걸 기획해요. 입장이 완전히 다른 사람 두 명을 데려다 놓고 대화를 시킵니다. 실제로 대화를 시작할 때는 서로 난 싫은데 이렇게 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의견이 바뀌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선입견은 깨지더라는 겁니다.

◇ 채선아> 막상 소통을 해보면 달라지는 점이 있는 거네요.

◆ 김민하>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든지 간에 세상사 모두가 좀 내 일이라는 관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뉴스에 관심을 의식적으로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이게 피곤하고 어렵죠. 먹고 살기도 바쁘고, 그렇지만 당위가 하나 있어요. 세상의 주인은 우리거든요. 듣고 있는 청취자분들이고 저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주권자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세상의 주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김민하 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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