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부산역 KTX 여자화장실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5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살인미수' 사건으로 인정했다. [관련기사 10.30 CBS노컷뉴스=[단독]부산역 KTX 여자 화장실서 '묻지마 폭행'…50대 검거]
22일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50대·남)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3시 45분쯤 동구 부산역 KTX 1층 여자화장실에서 50대 여성 B씨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갔고 이에 B씨가 항의하자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후 그대로 달아났다. 폭행당한 B씨는 외상성 뇌출혈과 두개골(머리뼈)이 비뚤어지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우발적 범행" 주장했지만 법원 "살인 고의 있다"
A씨 측은 이와 관련해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정신 질환에 의한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란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B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에도 머리 부위 등을 폭행한 점, 출혈이 심한 B씨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달아난 점 등을 볼 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철도경찰은 A씨를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법의학 전문가 자문 등 보완 수사를 거쳐 살인미수로 혐의를 변경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씨가 치명상이 가능한 머리부위에 강한 폭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등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특히 법의학 자문에서는 폭행 강도가 "통상적인 머리 부딪힘을 넘어서는 고강도의 직접적인 충격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영구적인 뇌기능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왔다.
징역 12년 중형 선고한 법원, '묻지마' 범죄 인정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로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 정도 등을 볼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형을 정한 이유를 밝혔다.재판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인을 살해하려고 한 '묻지마' 범죄의 경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범행에 대처하기도 어려워 사회적으로 큰 불안감을 야기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하는 등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볼 때 죄책이 무겁다"라며 "피해자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중대한 위험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를 당했다"고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살인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고인에게 정신 장애가 있고 그런 증상이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사건 이후 철도경찰은 인력을 보강하고 순찰 횟수를 늘리는 등 역사 내 경비, 방범 활동을 강화했다. 코레일도 이상동기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역무원 1명이 진행하던 순회 점검을 2인 1조 형태로 바꿨다. 또 보행자가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화장실 출입구마다 안심거울을 설치하는 등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이밖에 철도경찰의 경우 별다른 피해자 지원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검찰은 피해자 가족 진술권을 보장하고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