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군수물자 생산 공장에서 강제 노역으로 고초를 겪은 피해자의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3단독 박상수 부장판사는 22일 진행된 일제 전범기업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김상기씨의 아들이 일본 기업 가와사키중공업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가와사키중공업은 강제동원 피해자 고 김상기씨의 아들 원고 김씨에게 위자료 1538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으며 나머지 7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재판에서 가와사키중공업 측은 "김씨의 사망 전 진술서 외 피해를 인정할 사유가 없다"라고 주장했지만 김씨 측은 "당사자가 사망하고, 증거 증언을 찾기 힘든 사건이지만 위로금 지급 결정 등이 기록된 공적 기록으로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김상기씨는 강제노역 경험이 생생히 담긴 여러 경위서를 작성하는 등 수기 문건들을 남겼고, 이번 재판에서 가해를 인정하지 않는 피고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사용됐다.
전남 순천 출신인 강제동원 피해자 고 김상기씨는 18살이던 1945년 2월부터 8월까지 일본 효고현 고베시 소재 가와사키차량주식회사 내 기관차·전쟁 무기 제작에 동원됐다.
생전 김상기씨는 강제노역 시절 군수시설에 대한 폭격이 이어져 생명을 위협받았고, 잡곡밥에 볏짚을 갈아 만든 빵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고 당시를 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판결 이후 원고인 김씨의 아들 김승익씨는 "아버지께서는 '죽어서라도 한을 풀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라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20년 소송이 제기된 이래 국제 송달 등의 문제로 지연돼 4년 5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