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넘보는 알리 '홈플러스 매입설'까지…가능성은?

양측 모두 "확인된 것 없다"
업계에선 "서로 니즈(needs·필요) 맞아"
알리 '국내 물류창고'·홈플러스 '투자금 회수' 필요
'홈플러스 경쟁력'이 인수 가격 결정할 듯

알리 캡처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알리바바 그룹의 '홈플러스 매입 검토' 소식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알리바바가 홈플러스를 매입하면 국내 물류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고, 홈플러스를 매각한 MBK파트너스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확인된 것 없다"지만…업계 "서로 원하는 것 충족 가능"

 
2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최근 홈플러스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가 홈플러스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알리바바와 MBK파트너스 모두 매각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알리바바 측은 "그 어떤 구체적인 사항도 확인된 것이 없다"고 전했고, MBK파트너스 측도 "근거 없고 확인되지 않은 시장의 루머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의 최근 본격적인 국내 확장 행보와, 매각 시점이 임박한 MBK파트너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서로의 니즈(needs·필요)가 맞아 떨어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알리바바가 홈플러스를 매입하면 취약한 국내 물류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고, 홈플러스를 매각한 MBK파트너스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알리 '국내 물류창고',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 절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의 취약점 중 하나는 국내에 물류센터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2억달러(약 2727억원)를 투자해 통합물류센터를 짓는다고 하지만, 국내 신선식품 등을 신속하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서울, 경기 등 주요 도심 내 물류 거점도 필요하다.
 
알리의 부족한 부분을 전국 131개 홈플러스 지점이 메워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국내 대형마트들이 한 매점 전체 크기의 30% 정도를 온라인 주문 창고로 개조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만약 알리가 입지 좋은 점포를 인수해 물류창고로 활용한다면 경쟁자 입장에선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내년에 '투자 만기 10년'이 돌아온다. 협의를 통해 현 MBK파트너스가 2년을 추가 운영할 수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시간상 "올해가 매각 적기"라고 입 모아 말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오프라인 마트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거대 자본으로 국내 시장을 확장해가는 알리가 눈에 아른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홈플러스 경쟁력'이 인수 가격 결정할 듯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됐든 매각 성립 여부는 결국 홈플러스의 경쟁력에 달렸다. 이미 쿠팡이라는 이커머스 절대강자가 전국 배송망을 완성해가고 있고, 배달의민족의 'B마트'처럼 식료품과 생필품을 주문하면 몇 분 안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슈퍼마켓과 편의점까지 배송에 나선 포화 상태인데, 단순히 대형마트를 인수하는 것이 시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전체를 '통매각'하지 않고, 일부 부동산은 자체 매각하고 각 영업점은 쪼개서 매각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경기 안산점, 부산 해운대점 등 20여점을 꾸준히 매각해왔다. 그리고 서울 금천구에는 홈플러스가 두 개나 있는 등, 같은 지역 내 겹치는 점포들도 있어 홈플러스 내부적으로도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강력한 온라인 시장을 물류센터로 받쳐준다면 단기간에 시너지 효과로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국 시장에서는 오프라인에도, 온라인에도 강자들이 있기 때문에 다소 힘든 경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투자 시 굉장히 신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도 있는 만큼 매각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세대 이커머스 티몬도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의 인수설이 나왔을 당시 기업 가치가 1조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매각은 무산됐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커머스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티몬은 지난 2022년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큐텐에 사실상 헐값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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