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목숨 하찮게 여기는 대통령, 더 이상 필요없습니다"
국무회의가 열린 21일 오후, 채모 상병이 순직한 시기 해병대원으로 복무했다는 대학생 곽재헌씨가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날씨에 두꺼운 구명조끼를 입고 소리쳤다. 유난히 더운 이날, 청년 30여명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순직한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 특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곽씨는 "제가 휴가를 나가지 않았다면, 채 상병은 제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채 상병 사건은 국가가 군인들에게 동료와 자부심을 빼앗아 간 것"이라고 분노했다. 곽씨는 "부하의 목숨보다 자기들의 안위와 위신이 먼저인 사단장, 사령관과 국민들의 삶을 돌보는데 관심 없는 대통령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 함께 한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예상했다"며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국민들의 뜻을 함께해 달라"며 "야당 의원들께서도 한 표도 이탈하는 표가 없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청년들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구명조끼를 바닥에 펼치고 '청년의 죽음 앞에 국가는 없었다', '채상병 특검 거부권, 청년이 거부한다' 등의 피켓과 현수막을 든 채 외압 수사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소리쳤다.
정부는 21일 국무회의를 열고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6번째,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각종 단체들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고 국회에 특검법 재의결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한상희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을 배신하고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한 대표는 "(특검법은) 국민의 뜻이자 주권자의 명령"이라며 "국회는 반드시 신속하고 단호하게 특검법을 만들어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조영선 회장은 "이번 거부권은 입법부의 권한을 무력화 시킨 반헌법적 권한남용"이라며 "검찰 권력에 무마될 우려가 있고 박정훈 대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사는 독립적인 특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회가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며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대통령을 견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도 "대통령의 수사 외압은 중대한 헌법 위반이자 범죄행위"라고 소리쳤다. 임 소장은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을 언급하며 "박 대령은 현직 군인으로 침묵할 수 밖에 없다"며 "그가 공식적으로, 합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22대 국회가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전국민중행동 박성운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대통령이 범인이다"라며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반드시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당은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자는 법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