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
"동석한 사람들과 짠(건배)은 했지만 입을 대는 척만 하고 내려놓고 대신 음료를 마셨다"
"음주를 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
차량 간 단순 접촉 사고라면서도 '미조치' 상태로 도주한 석연찮은 상황,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의혹, '음주는 아니다'라는 거듭된 해명. 뺑소니 혐의로 경찰 조사 중이라는 보도가 나간 지난 14일 이후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음주운전은 절대 아니다'라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9일 밤에야 음주운전을 시인하며, 본인은 물론 소속사도 이를 숨기고자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그간의 당당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다른 차량과 충돌 사고를 낸 후 이를 수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뺑소니'만으로도 김호중의 잘못은 명백했다. 이때 소속사는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본인들의 잘못을 먼저 밝힐 수밖에 없었다. 이광득 대표는 김호중이 사고를 낸 게 알려지면 많은 논란이 될 것 같아 "너무 두려웠다"라며,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하라고 한 것은 단지 본인의 지시였다고 알렸다.
사고 후 미조치만으로 문제인데, 실제로 운전하지 않은 타인을 김호중 대신 '허위 자수'하라고 시켰다는 말을, 소속사 대표가 '해명'이랍시고 한 것이다. 수사의 주요 증거물이 될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제거"했다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을 이어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호중이 '공황' 때문에 사고 후 적절한 조처 없이 자리를 떠났다고 강변했다.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각종 정황과 증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호중 살리기'에 전념했던 소속사가 음주운전을 인정한 건 휴일이었던 지난 19일 밤이었다. 이제껏 소속사 뒤에 숨어 침묵을 지키던 김호중이 입장을 낸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는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라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도 했다.
'절대' 아니라고 결백을 강조하더니, 왜 뒤늦게 자백했을까. 우선, 단순히 부인만 할 수 없는 증거가 쌓인 점을 들 수 있다. 사건 당시 CCTV 등을 통해 김호중이 유흥주점에 방문한 사실, 유흥주점에서 술잔을 입에 댔다는 증언,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는 모습 등이 밝혀졌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18일 김호중이 차량 접촉 사고 전 음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대표는 김호중이 '공황' 때문에 사고 후 뒤처리를 못 했다고 해명했지만, 오래지 않아 이 해명도 무너졌다. 김호중은 본인이 직접 운전해 사고를 내기 전 이미 다른 술자리에 방문했다는 게 드러났고, 이후 사고 후 자리를 이동해서 캔맥주를 사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기 때문이다. 공황으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자가 술을 살 정신만은 있었다는 것일까.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긴 했으나, 그 여파로 예정된 공연을 취소한다는 예고는 20일 현재까지 없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하는 '월드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_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5월 23~24일)도,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 김천'(6월 1~2일)도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김호중 대체자를 섭외하라고 한 KBS는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공연 주최사에서 빠졌다.
보통 가수들은 공연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절주 등 자기 관리에 나선다. 소속사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공식입장문에서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라고 했으나,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거액의 위약금이 두려웠다면 위약금을 물 일을 안 만들면 된다.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었다면, 자신의 존재를 부각해 모객한 공연을 앞두고 음주운전 뺑소니를 저지르진 않았을 테다.
소속사도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려고 했다면, 대표와 매니저가 합심해 김호중을 도주시키고, 허위 자수를 시도하고, 메모리카드를 파손해선 안 됐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어려워지는 것을 노려,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늑장 출석한 것이 설령 김호중 본인의 뜻이라 할지라도 만류했어야 한다.
음주운전과 뺑소니만으로도 죄질이 나쁜데, 소속사가 앞장서서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고 해 수사 진행에도 방해가 됐다.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사안으로 키워버렸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필요 없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경찰은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 등 4명을 출국 금지 조치했다.
사건 핵심인 '음주운전' 여부를 두고 김호중과 소속사는 결국 탄로 날 거짓말을 5일이나 지속하며 수사기관과 대중을 속였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한 취재진은 때아닌 '취재 방해'를 당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추측성 의혹 보도는 자제 부탁드린다"라고 주문한 소속사는, 특정 보도를 언급하며 "유감을 표한다"라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의도적인 기만'이 드러난 탓에, 음주운전을 인정한 '늑장' 공식입장문조차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정말 죄송하긴 할지,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긴 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상황 모면에만 급급하며 일부러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에게 앞으로 누가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자초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