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 홍성길 부회장에 대한 자격 정지 1년 징계가 확정됐다. 당초 3년이었던 기간은 감경됐지만 자격 정지를 피하지는 못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0일 제33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협회 징계를 재심의했다. 그 결과 재심의 신청을 일부 인용해 홍 부회장에 대해 자격 정지 1년 징계를 결정했다. 이어 홍 부회장에 대한 징계 혐의에 대한 최종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협회는 지난해 11월 15일 제4차 스포츠공정위를 열고 홍 부회장에 대해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에 홍 부회장 측이 반발해 상위 단체인 체육회에 재심을 요청했고, 약 6개월 만에 열린 체육회 공정위에서 자격 정지 1년 징계가 결정된 것이다.
체육회는 "협회는 지난해 11월 당시 '단체 및 대회 운영과 관련한 권한 남용, 직무 태만 등 비위의 사건(인사권 남용 및 채용 비리 사건, 각종 규정 위반 행위, 지도자 현장 지도 의무 위반 등 포함)'에서 권한 남용 행위의 경우'를 근거로 자격 정지 3년 징계를 의결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체육회 공정위에서 관계자의 진술 및 제출 자료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홍성길은 협회 부회장으로서 협회와 태국배드민턴협회의 MOU(양해 각서) 체결 과정에 대한 정보를 참조 메일을 통해 수신했으며 해당 권한으로 얻은 정보를 남용해 본인의 소속 단체(광주광역시배드민턴협회)의 MOU 체결 과정) 활동에 활용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짚었다.
체육회는 또 "체육회 공정위 규정 위반 행위별 징계 기준 3. 단체 및 대회 운영과 관련한 권한 남용, 직무 태만 등 비위의 사건에서 권한 남용 중 '④사실상 압력 등에 의하여 소극적으로 가담한 경우'를 근거로 자격 정지 1년으로 감경했으며 이를 종합해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홍 부회장은 내년 5월 6일까지 자격이 정지된다. 효력 발생일은 협회 징계가 내려진 지난해 11월 15일부터인데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체육회 공정위 결과가 내려지기까지 기간은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협회는 지난해 5월 30일 태국협회와 상호 발전 및 협력 증진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김택규 협회장을 대신해 당시 김중수 부회장(현 아시아배드민턴연맹 회장)이 태국 현지에서 쿠닝 파타마 리스왓트라쿤 태국협회장을 접견했다.
그런데 협회에 따르면 같은 날 30분 뒤 광주협회가 태국협회와 같은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이는 김 부회장, 홍 부회장이 쿠닝 회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광주 지역 매체에도 실렸다.
이에 협회는 "광주협회가 국제 단체와 독점적 교섭 지위가 있는 상위 단체인 협회의 양해, 승인 없이 MOU를 맺어 협회의 정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협회는 "광주협회가 태국협회장의 오인과 착오를 이용해 협회의 국제 교류 업무를 방해했다"면서 "광주협회가 협회가 작성한 MOU안을 협회의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를 들어 협회는 홍 부회장에게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린 것이다. 다만 김 부회장에 대해서는 징계 없음이 결정됐다.
체육회 공정위 결정에 대해 홍 부회장은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 부회장은 20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협회의 MOU와 관련된 정보를 먼저 받은 적이 없고, 또 태국협회로부터 MOU 원안과 초대장을 받았을 뿐"이라면서 "변호사와 체육회 공정위에 출석해 입장을 설명했는데도 내려진 자격 정지 징계에 대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홍 부회장의 징계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한국 배드민턴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생활 체육 출신인 김택규 회장이 협회를 맡은 뒤 전폭적인 지원을 펼쳐 항저우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전영 오픈 등 국제 대회 성공으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엘리트 출신 인사들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