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겠다던 금융당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변했다. 지난달 공매도 전산화 방안을 발표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 중인 상황에서, 보다 이른 시일 내 거래 정상화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라도 재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6월 재개와 관련해 제도나 기술적인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며 올해 6월 말까지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해당 조치의 기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지 조치가 연장될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금감원장이 '사견'을 전제로 거래 재개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힌 셈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공매도 전산화 방안을 내놓고 글로벌IB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 중인 가운데,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전제했던 근본적 개선방안, 즉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의 법제화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기약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16~17일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직접 홍콩을 방문해 글로벌IB 7개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같은 요청이 나왔다. 면담에서 글로벌IB들은 한국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 과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공매도 제도 개선과 불법 공매도 조사 등의 과정에서 관련 규정과 업무지침(가이드라인) 등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 원장의 발언이 재개 여부 등에 관해 특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라고 진화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매도 재개시점과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고, 이는 금융위원회의 결정 사안"이라며 "향후 재개 여부에 대한 스케줄을 명확히 시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월 말까지는 어차피 당국의 입장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지 연장이든 전면 또는 부분적 재개든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시장과 소통하고 이같은 스케줄을 미리 알려서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