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보수정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취임 이후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해 "풍요롭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것이 5월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5·18의 의미를 미래지향적으로 확장하고, 이제는 '정치적 자유'를 넘어 '경제적 자유' 구현으로 오월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집권 3년차 '민생' 중심 국정 기조를 메시지에 담으면서, 수위 자체도 유연함에 무게를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올해도 5월 광주의 거리에는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며 운을 뗐다. 또 "44년 전 5월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금남로에서 도청에서 나누어 먹은 주먹밥을 닮은 새하얀 이팝나무 꽃"이라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기념사 초반부터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공감대 형성에 공을 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기념사에서 "우리가 오월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한다면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비교해 메시지가 유연하게 바뀐 셈이다. 4·10 총선 이후 강조해온 '부드러운 소통'이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현재 '정치적 자유'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면서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계층 갈등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며 '경제 성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는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집권 3년차 국정 기조로도 언급했던 문구다.
아울러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온 국민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저는 이것이 5월의 정신을 이 시대에 올바르게 계승하는 일이며, 광주의 희생과 눈물의 진심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5·18의 의미를 미래지향적으로 확장함과 동시에, '경제적 자유' 구현으로 오월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 '민생' 중심 국정 기조 의지를 재차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민주의 문' 방명록에 '우리의 자유와 번영, 미래를 이끈 오월 정신'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성적인 표현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방점을 뒀다"며 "5·18 민주화운동이 만든 자유민주주의의 토대가 현재의 양극화로 인해 위협 받고 있으니, 성장과 공정한 분배를 통해 광주가 어렵게 만든 자유와 번영을 이어나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공약인 5·18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야는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든 걸 녹여내는 제대로 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87년 헌법'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는 '포괄적 개헌론'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원포인트 개헌'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공약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약 의지는 그대로다. 대통령이 3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한 자체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국가 중대사인 개헌을 전문 수록 하나만을 위해 원포인트로 하는 건 무리"라고 밝혔다.
尹, 3년 연속 기념식 참석…보수정부 대통령으로 처음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3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 재직 중 3년 연속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며, 보수정부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검은색 정장 및 넥타이 차림에 윤 대통령은 행사 시작 전부터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민주 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유가족 대표들을 태운 버스를 기다렸다. 이어 유가족 대표들이 도착하자 목례와 악수로 맞이했고 오른손으로 오월 어머니의 손을, 왼손으로는 민주 유공자 후손의 손을 잡고 5·18 기념탑 앞 행사장까지 함께 걸었다. 지난해 기념식과 같이 정부 측 주요 인사들과 함께 입장하는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다.
기념식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유족들 사이에 서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헌화에 이어 희생 영령을 향한 묵념에 임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대통령과 유족 대표에게 오월의 의미를 담은 이팝나무 꽃다발을 각각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의 어머니'들과 손을 맞잡고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지난 2022년 5·18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보수 정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고, 지난해에도 이 곡을 불렀다. 이후 기념식을 마친 뒤 국립 5·18민주묘지 1묘역에 안장된 고(故) 박금희, 고 김용근, 고 한강운 유공자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