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아무 것도 안 하기도 누가 제일 잘하는지 경쟁한다"
미국 CNN이 올해 10주년을 맞은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조명하며 초(超)경쟁사회인 한국사회의 현실을 꼬집었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멍때리기 대회는 참가자들이 90분 동안 어떤 행동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한 뒤, 심박수와 시민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다.
말을 해서도 안 되며, 대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색깔 카드를 제시해 물, 부채질, 마사지 등 4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올해는 4천여명이 넘는 참가 신청자 가운데 70팀, 117명이 최종 선정돼, 지난 12일 한강 잠수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때리기 경쟁을 펼쳤다.
CNN은 기사에서 높은 학업 스트레스와 성공에 대한 극심한 압박을 받는 나라(한국)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번아웃이나 스트레스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 대회에 참가한 올림픽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 곽윤기 선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다섯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했고, 30년 동안 훈련하면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주어진 시간 동안 마음을 비우고 쉴 수 있는 대회라는 말을 듣고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곽 선수는 이번 멍때리기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올해 1위를 차지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권소아 씨도 CNN에 "한국같이 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하면 뒤쳐진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사람이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고, 가끔은 늦출 수도 있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CNN은 멍때리기 대회는 비주얼 아티스트 '웁쓰양'이 처음 시작했으며, 그녀 또한 심각한 번아웃을 겪고 난 뒤 대회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웁쓰양은 멍때리기 대회의 행위 예술적 의미를 부각하기도 했다. 그는 "경쟁무대에서 참가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관객들은 끊임 없이 움직이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룹과 바쁜 그룹 사이의 시각적 대비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CNN은 멍때리기 대회를 경쟁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심각한 한국의 현실이 반영된 현상으로 소개하면서, 서울에서 10년 째를 맞은 대회가 베이징이나 로테르담, 타이페이, 홍콩, 도쿄 등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