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민 대표가 S 부대표 등과 구체적인 계획을 모의해 '경영권 탈취'를 실행하려 했다며 민 대표를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고, 민 대표 해임을 추진 중이다. 이에 민 대표는 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어, 하이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17일 오전 10시 25분,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김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두 번째 심문 기일이 열렸다. 대법정에서 이루어진 이날 심문에는 '하이브vs민희진'에 쏠린 높은 관심을 보여주듯, 이날 심문에는 많은 취재진이 참석했다. 민 대표 측은 왜 어도어의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라는 현재 직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왜 해임되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주장을 펼쳤다.
지난달 25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 당시 민 대표는 뉴진스 제작과 활동에 전념하며 '일만 해 온' 본인을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 등 하이브 경영진이 나서서 괴롭힌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을 "개저씨"라고 칭하며 "내가 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처마시냐? 골프를 치냐?"라고 반문했다.
두 사람과 나눈 메신저 대화도 공개했다. 이중 방 의장이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고 타사 소속 그룹을 부정적으로 거론하고, 뉴진스가 '디토'(Ditto)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했을 때 민 대표에게 "ㅎㅎ 즐거우세요?" "아 즐거우시냐고요 ㅎ"라고 한 내용은 빠르게 회자했다.
이후 방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을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사내에서 만나고도 인사를 받지 않거나 모르는 척해 멤버들이 당황했다는 부모들의 문제제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인사 무시' 일화가 연달아 나와 방 의장의 이미지가 실추됐다.
그간 무수한 공식입장 발표→반박→재반박을 거듭하며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바빴던 양측은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민 대표 기자회견에서 방 의장과 박 대표를 비난하는 발언이 나온 것처럼, 이날 하이브 측 법률대리인(김앤장)은 민 대표의 인성을 문제 삼는 발언이 쏟아졌다. 민 대표가 뉴진스도, 뉴진스 부모도 진정으로 위하지 않으며 함께 일하는 어도어 직원들에게도 폭언하고, 사내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채권자는 아티스트 보호에 전혀 관심 없습니다. 진정한 엄마라면 자신이 방패가 돼 풍파를 막아줘야 하지만, 채권자는 뉴진스 멤버들을 방패로 내세워 자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채권자의 목적은 공익도 항거도 아닌 오직 사익 추구입니다."
"채권자는 무속인에게 지나치게 의지합니다. 채권자는 무속인에게 사망한 자신의 여동생이 빙의했다고 믿고 무속인을 자신의 여동생 이름으로 부르며 따릅니다. 무속인도 채권자를 언니라고 지칭하며 어도어의 경영을 사실상 지시합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스타일 디렉팅팀 팀장의 배임·횡령 등 위법행위를 종용하고, 법률대리인은 '여성 직원 집에 야간에 찾아왔다'라며 적법한 감사를 폄훼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때 감사 대상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을 두고, 하이브 측은 "측근들과의 대화에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어도어의 여성 직원들을 '개줌마' '페미X들'이라고 지칭하는 채권자가 언론을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하이브 측은 민 대표 기자회견 때와 달리 메신저 대화 내용 캡처 등을 공개하지 않고 구두로 설명했다. 하이브 측은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과 흐림 처리한 것 두 가지로 자료를 준비했는데, 재판부 지휘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 대표 측은 "(대화 내용을) 임의로 편집, 짜깁기해서 보여주려고 한다"라며 "당사자들은 명시적으로 (공개에) 부동의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하이브 측은 이 사건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을 정보제공법 등에 따라 적법하게 감사했는데 지금은 '동의 철회'된 상태라며, 오히려 민 대표 측이 "일종의 감사 방해"이자 "진실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게 떳떳하면 모든 정보가 공개된 법정에서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맞다고 저희는 생각하는데, 혹시라도 개인정보 이슈가 논란 될 상황에 대비해 저희는 재판부 지휘에 따라 발표하겠다"라고 부연했다.
"감사 자체가 위법하다"라고 줄곧 주장한 민 대표 측은 "(당사자들이) 불안한 상태에서 정보 제공 동의했다가 철회했는데, 그런 상태에서의 증거를 쓸 수밖에 없다는 건 얼마나 증거가 박약하다는 건가"라며 "증거 쓸지 말지를 재판장 판단 받아서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직격했다.
연일 여론전을 벌이던 '감사'와 관련해서도 양쪽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무속인과 많은 대화를 나눈 점을 두고는, 어도어가 설립되기도 전의 사적인 내용까지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심각한 비밀 침해"라고 지적했다. 하이브 측은 "(해당 내용은) 회사 서버 이메일에 보관된 거다. 회사 서버는 회사 자산이라 모니터링 동의한 것, 사적인 노트북 개봉한 것처럼 말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하이브 측이 "저, 재판장님, 무속인만 간단하게…"라고 '무속인' 주제를 이어가려 하자, 김 부장판사는 "무속인 얘기 더 할 것인가. 안 하셔도 된다. 아니 그 얘기(무속인)는 서면으로 해라. 시간이 없기 때문에 법률적인 이야기를 하겠다"라고 제지했다.
그러고는 "주주간 계약이 있든 없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건가? 의결권 행사할 수 있는 부속계약 효력에 관해 정확한 판례가 있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쓴 건 어떤 근거가 있어서 쓴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하이브 측은 "대부분 통설"이라면서도 "상법 교과서에 나오는 부분이다. 사실 아시다시피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어 문헌을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김 부장판사는 하이브 측에 민 대표가 해임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 아무 잘못을 안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지도 함께 물었다. 하이브 측은 "적어도 피보전권리를 좀 성의 있게 소명했으면 하는 것"이라며 "부존재증명이 존재증명보다는 통상적으로 힘들긴 하다. 전체적인 증명은 아니더라도 '증명의 부담'은 채권자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도어의 주주총회는 오는 31일로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양쪽에게 오는 24일까지 필요한 자료를 추가 제출하라고 안내하며 "저희도 31일 전에는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이날 심문을 마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