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순재 (배우)
지난 화요일이죠.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아주 특별한 무대가 마련이 됐습니다. 오디션 형식으로 마련했던 무대였는데 거기에 90세 배우 이순재 씨가 올라와서 멋지게 리어왕의 한 장면을 열연했습니다. 노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후배들은 연신 눈물을 흘렸고요. 기립박수를 쳤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 배우 이순재 선생님 직접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순재>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선생님, 마지막으로 뉴스쇼 출연을 하셨던 게 제가 찾아보니까 2018년.
◆ 이순재> 그런가요?
◇ 김현정> 은관문화훈장 타셨을 때. 그런데 지금 한 그럼 6년 정도가 지났는데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 이순재> 아니요. 이게 속으로 곯았어요.
◇ 김현정>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 이순재> 뭐, 그동안에도 쭉 계속해서 공연을 했습니다. 드라마도 좀 찍고 그랬는데 그동안에 좀 더 몇 년째 하고 있는 장수상회 이것도 공연했고 그다음에 안톤체홉의 갈매기를 제가 연출, 출연을 했습니다.
◇ 김현정> 연출하셨죠. 맞아요, 맞아요.
◆ 이순재> 그것도 이어서 이 리어왕을 또 LG아트센터에서 하게 돼 가지고 그걸 하다 보니까 몇 달을 계속해서 공연을 하다 보니까 나중에 리어왕 할 때는 체중이 한 10kg 빠져버렸어요.
◇ 김현정> 세상에.
◆ 이순재> 그래서 공연 중에는 더러 침도 맞고 하고 이제.
◇ 김현정> 침 맞아가면서 하셨어요?
◆ 이순재> 그렇게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조금 체력이 좀 많이 좀 떨어졌어요.
◇ 김현정> 그러셨군요.
◆ 이순재> 그래서 좀 쉬었다가 좀 쉬어야 되는데 <개소리>라는 드라마, 이걸 또 촬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하다 보니까 상당히 힘이 들었어요.
◇ 김현정> 그 작품 같은 경우에는 이순재 선생님을 아예 생각을 하면서 이게 마련해 놓은 드라마라 또 안 하실 수가 없었다면서요.
◆ 이순재> 그래서 무대가 항구니까, 바닷가니까 80% 이상이 전부 거기서 찍어야 되기 때문에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찍었는데 촬영 과정이 또 쉽지가 않고 또 개하고 소통한다는 게 이게 이색적인 어떤 상황이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역시 조금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긴 겁니다.
◇ 김현정> 세상에, 몸무게가 10kg가 빠지는 상황 속에 무대가 생기면 작품이 들어오면 그걸 마다 앉지 않고 또 하는. 도대체 그 에너지, 그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가 싶은데 아마 후배들도 그런 면 때문에 이순재 선생님을 그토록 존경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백상예술대상, 주최 측으로부터 후배들이 가장 존경하는, 보고 싶은 배우, 만나고 싶은 선배 해서 특별 공연 제안을 받으신 거잖아요. 그때도 또 힘들어도 내가 해야지 이러면서 오케이 하신 건가요?
◆ 이순재> 그거는 백상예술대상하고 저하고 조금 관계가 있습니다. 유일하게 그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부문 연기상하고 영화 부문 연기상을 탄 적이 있습니다. 다른 데서는 못 탔어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 이순재> 그런 인연도 있고 그래서 모처럼 또 60주년이니까 그래서 축하도 해야 되겠고. 또 우리가 귀한 상들이기 때문에 더 발전돼서 우리 후배들에게 좋은 상을 좀 만들어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에서 참여한 겁니다.
◇ 김현정> 내가 수상자도 아니고 후배들은 상 받는데 가서 재롱떨듯이 뭘 그런 거 해라고 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고 기꺼이 그 무대에 서서 후배들 앞에서 연기 한 토막을 보여주신 건데요. 저는 제가 후배도 아닌데 눈물이 찔끔 나더라고요. 그 무대 보면서. 오디션 하시듯이 여러 인터뷰를 해가면서 연기를 후배들 앞에서 보여주신 건데 오늘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에서 보여주셨던 리어왕의 한 토막. 혹시 조금만.
◆ 이순재> 물론이죠. 왜냐하면 그 대목이 그 3시간 20분의 셰익스피어의 작품인데 과연 무슨 의도로 이 작품을 썼는가 하는 걸 사실은 눈여겨봤어요. 그리고 또 검토를 해 봤더니 바로 그 대목 때문에 쓴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부터 들려주실 이 대목이 리어왕의 말하자면 주제입니까?
◆ 이순재> 예, 이렇게 얘기하면, 그러니까 문학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전문가들, 학자에 의해서 여러 가지 각도에서 볼 수 있고 평가할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는 건데 지금 내가 얘기한 건 내 나름대로의 해석입니다.
◇ 김현정> 이순재 선생님 판 해석, 한국의 리어왕. 어떤 대목인지를 한번 지금부터 직접 연기를 청해서 듣겠습니다.
◆ 이순재> 어디선가 이 모진 비바람을 맞고 있을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아. 머리 눕힐 방 한 칸 없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창문처럼 구멍 뚫린 누더기를 걸치고 어찌 이 험한 비바람을 감당하려 하느냐. 내가 그동안 너희들에게 너무나 무관심했구나. 부자들아, 가난한 자의 고통을 몸소 겪어봐라. 그리하여 넘쳐나는 것들을 그들과 나누고 하늘의 정의를 실천해라.
이 대목입니다. 이게 뭐냐 하면 제왕으로 있었을 때는 특히 그 시대에 봉건사회에서는 귀족들은 서민들 생활에 관심이 없습니다.
◇ 김현정> 모르죠.
◆ 이순재> 누가 어떻게 죽어도 전혀 관심이 없고 물론 큰 변란이 생겼을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일반적인 생활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걸 중간에서 셰익스피어 입장에서 봤을 때 그 위아래를 다 보고 있는 입장이니까. 아,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입장에서 왕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처음 제 주변에 힘들고 어려워하는 가난한 백성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거기서 회환을 느낀 거예요.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고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좀 더 잘해주지 못하고 배려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환을 참여하는 그 대목입니다. 결국은 이 얘기를 하고자 이 연극을 쓴 게 아닌가. 물론 현실적으로도 잘 맞는 대목이 있어요. 이제 자식들한테 죽기 전에는 하나도 물려줘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그런 현실적인 조언도 있지만.
◇ 김현정> 그런 조언도 있고. 아니, 3시간 20분짜리 연극의 주인공인 리어왕의 대사가 한 60% 정도 된다면서요.
◆ 이순재> 그럼요. 그렇게 되죠. 그다음에 대사들이 짧은 대사들이 아니고 전부 긴 대사입니다. 왜냐하면 독백이니까.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이순재> 그리고 은유적이고 비유적이고 이런 것들 대사들이 수식이니까 그래서 그 대사들이 길고 또 어휘 자체도 내용이 있고 의미가 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걸 제대로 표현하려니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하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아니, 세상에 아흔 다 되신 어르신께서 그 많은 대사를 다 암기하신다는 게, 글쎄요. 제가 배우가 아닌 비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는 쉽지 않은 일 같은데.
◆ 이순재> 그래서 그런 어떤 조건 때문에 두 달 전부터 대사를 외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동선 들어갔을 때는 대본 놓고 다 외워가지고. 그래서 움직이면서 전부 우리 다른 연기자들하고 다른 배역들과 같이 맞춰가면서 만들어낸 연극입니다.
◇ 김현정> 두 달을. 선생님만의 어떤 대본 암기 노하우 같은 게 있습니까?
◆ 이순재> 우리 때도 젊었을 때도 좀 빨리 외우는 책이 있고 좀 늦게 외우는 책이 있는데 오히려 늦게 외우는 책이 확실하게 외우니까 오히려 정확할 때가 있어요. 빨리 외우는 책은 좀 날리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우리가 조금 암기도 좀 빠른 편입니다. 그런데 이 암기 훈련은 나이 먹을수록 나름대로 훈련을 해야 돼요. 그게 뭐냐 하면 자기 암기력이 테스트입니다. 하다 보면 나이 먹으니까 지금도 이름이 딱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 김현정> 맞아요.
◆ 이순재> 조금 있다가 생각이 나고 이런 경우가 지금 우리의 현상인데.
◇ 김현정> 저도 그래요.
◆ 이순재> 그래서 암기 훈련은 나름대로 어떤 통계 같은 거, 이런 것들을 보고 하다가 한 일주일 후에, 한 달 후에 다시 해보면 어디가 막힌다 그러면 또 생각해보면 그거였구나. 이러면서 암기력을 복원하는 이런 훈련을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1935년생, 그 오랜 세월 동안 연기를 하셨으면 대본 암기는 그냥 술술술 그게 아니고 지금도 끊임없이 연습하고 반복하고 암기력 유지하려고 훈련하시고 그런단 말씀이네요.
◆ 이순재> 당연하죠. 왜냐하면 우리 작업이 항상 새로운 것의 창조, 도전입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요즘 드라마를 하면 과거에 우리 김수현 선생의 대발이가 대히트를 해서 그것 때문에.
◇ 김현정> 사랑이 뭐길래 대발이.
◆ 이순재> 그 당시 선거 때 말썽도 좀 있었지만.
◇ 김현정> 대발이 아빠셨잖아요.
◆ 이순재> 그러나 그 대발이는 그걸로 끝났습니다. 그다음에 그게 인기가 있는 대목이었다고 해서 다시 재연할 수가 없고 재연해서 안 되는 거고.
◇ 김현정> 그 캐릭터는 그걸로 끝난 겁니까?
◆ 이순재> 그렇죠. 그러니까 항상 우리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창조,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이것이 소위 말하자면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하나의 그 욕구고 하나의 조건이고 또 거기서 어떤 성취에서 오는 쾌감, 이런 것들이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것 때문에 힘들어도, 몸무게가 10kg 빠져도 못 내려놓으시는 거죠.
◆ 이순재> 그럼요. 그리고 그 자체가, 배우로서는 연기 자체가 생명력입니다.
◇ 김현정> 생명력. 그래도 가족들은 그만 좀 하시라고, 힘드신데 이런 얘기를 안 하나요?
◆ 이순재> 안 되죠. 그게 밥벌이인데.
◇ 김현정> 그게 생명력인데 그걸 놓으라고는 못하겠네요. 진짜 가족들은.
◆ 이순재> 그럼요.
◇ 김현정> 처음으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금이야 다들 배우 되려고, 배우 못 돼서 안달이지만 선생님 데뷔하시던 그 시절 1950년대만 해도 아니 서울대학교 나온 수재가 배우를 한다는 게 납득이 잘 안 되던 시절 아닌가요?
◆ 이순재> 가정의 90%가 반대하는 직종입니다.
◇ 김현정> 그땐 그랬어요.
◆ 이순재> 왜냐하면 우리 이 직종은 역사적으로 역사가 없는 직종이에요. 그러니까 물론 우리는 그때 딴따라 시절이에요.
◇ 김현정> 우리는 그렇게 좀, 그렇게 볼 때지만.
◆ 이순재> 그건 전혀 격이 다른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집안 어른들이 안 말리셨나 저는 그건 궁금해요. 선생님은 의지가 확실하셨지만 집안에서는.
◆ 이순재> 집안에서는 반대를 했죠. 그래서 나는 제일 처음에 기획으로 참여를 했지 배우 할 생각은 안 했어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기획 연출, 이쪽이셨어요?
◆ 이순재> 네.
◇ 김현정> 아니, 지금 선생님이 옛날 얘기를, 이게 지금 얼마나 옛날 얘기예요. 옛날 얘기를 하시는데 그냥 눈이 반짝반짝반짝. 다 기억이 나시는 거예요. 그 대목이. 세상에. 살아있는 우리 연극의 전설이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다시 태어나도 배우십니까?
◆ 이순재> 요즘 이 좋은 시절에 왜 안 합니까?
◇ 김현정> 맞네요. 그 어려운 시절에도 했는데.
◆ 이순재> 내가 지금 한 20년 만 좀 늦게 시작해서도 빌딩 하나 가졌을 텐데. 평생을 했는데 2층짜리 빌딩 하나 없어요.
◇ 김현정> 다시 태어나도 당연히 배우다. 그러면 사실은 지금이야 연세가 있으시니까 어르신 역할 하십니다만 다시 태어나서 20대 시절에 배우가 된다면 막 로맨스 영화, 이런 것도 찍으실 거잖아요.
◆ 이순재> 여러 가지로 할 수 있겠죠.
◇ 김현정> 상대적으로 꼭 한번 호흡 맞춰보고 싶은 여주인공이 있다면?
◆ 이순재> 요새는 격차가 너무 나가서 내가 이름도 잘 기억을 못하는데 다들 잘해요.
◇ 김현정> 다들 잘하죠.
◆ 이순재> 다들 잘해요. 왜냐하면 나는 우리 후배들 보면서 또 학교에서 학생들하고 작업을 하다 보면 종족이 개량이 됐다.
◇ 김현정> 종족이 개량됐다.
◆ 이순재> 우리는 재래종이고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전부 개량종입니다. 왜냐? 체격이 다르지 않습니까? 보십시오. 종족의 변화가 왔다, 이렇게 난 보고 있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지금 다 너무 잘해 하셨지만 그중에서도 이 배우, 남자든 여자든 이 배우 참 연기 잘하네, 특별히 더 꼽는다.
◆ 이순재> 아니요. 지난번에 배우들 하고 같이 하고 싶은 배우들 얘기를 하길래 내가 최민식 씨하고 우리 이병헌 씨 둘, 사실은 다 얘기를 하려고 그랬어요. 거기 김고은 씨도 있었고 황정민도 있었고 또 정우성 씨도 있었고 한마디씩 다 하려고 그랬었는데 시간이 없다고 그러니까 둘로 압축을 했는데 이번에 보면 그 내가 파묘라는 영화를 봤어요. 그런데 최민식 씨의 열연은 더 말할 거고 그 김고은 씨 같은 경우도 상당히 연습을 하고.
◇ 김현정> 잘하죠.
◆ 이순재> 제대로 했더라고요. 그래서 참 잘한다.
◇ 김현정> 그 연기 다 잘하는 것 같아도 그게 보이세요?
◆ 이순재> 보이죠.
◇ 김현정> 저 친구는 지금 혼을 갈아 넣었구나.
◆ 이순재> 그래서 우리가 드라마 같은 걸 같이 하다 보면 좀 제대로 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 보면 나는 그럽니다. 이거 봐, 자네 평생 하는 거야. 이겁니다. 이 얘기가 내가 그대들에게 주는 하나의 경험이.
◇ 김현정> 그건 어떤 의미입니까? 이봐, 자네 이건 평생 하는…
◆ 이순재> 왜냐하면 평생 할 수 있는 바탕과 자세가 돼 있다는 얘기예요.
◇ 김현정> 자네는 이거 반짝하고 빠지는 게 아니라 평생 하는 거야. 할 수 있겠어. 그러니 갈고 닦아라.
◆ 이순재> 그러니까 집합하는 시간서부터 연습 과정부터 또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지장을 줘서는 안 되거든요. 그런데 보다 보면 우리가 드라마 같은 거 찍다보면 슛 들어가기 직전에 스탠바이를 얼마나 잘하나 보면 내가 구체적으로 봤던 친구가 베토벤 바이러스 때의 김명민 군이에요.
◇ 김현정> 김명민 씨. 베토벤 바이러스 주연하셨던.
◆ 이순재> 그렇죠. 어떤가 봤더니 딱 시간에 나와요. 딱 지키고.
◇ 김현정> 스탠바이 딱.
◆ 이순재> 대사 정확하게 하고 제대로 공부를 하고 왔다. 그래서 됐다. 그런데 다른 친구 하나가 맨날 늦어. 가서 불러와야. 그게 뭐냐면 스타의식이에요.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아직 그때 그 당시 그렇게 평가를 받는 스타 이전 단계예요. 그래서 내가 한번 야단을 친 적이 있어요. 본인한테 야단을 안 하고 연출부한테 그거 뭐하냐. 더군다나 오케스트라 멤버가 아웃사이더들이 다 와 있는데 내부 배우가 스탠바이가 늦으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당연하죠.
◆ 이순재> 결례죠. 그런 부분은 내가 충고를 한 게 있고.
◇ 김현정> 그러니까 스타와 액터. 스타와 배우는 다르다고 보시는 거군요.
◆ 이순재> 아니, 똑같을 수 있는데 의식의 문제입니다.
◇ 김현정> 의식의 문제.
◆ 이순재> 나는 인기 있는 스타다. 갈채 받고 인기 있는 스타고 돈 많이 버는 스타다. 또 그걸로 만족하면 되는 거예요.
◇ 김현정> 그 정도에서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 이순재> 또 거기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있고. 그러나 예술가로서의 배우, 예술가로서의 액터, 이거는 좀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거예요. 이걸 나는 액팅스타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배우들은 대부분이 다 동선동에서 밑바닥부터 연극에서부터 갈고 닦은 배우들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기본적인 탄탄한 바닥 위에서 모든 역할이 가능해지는 배우들. 쉽게 얘기하면 우리 최민식 씨 같은 배우들, 송강호 같은 배우들, 이병헌 같은 배우들, 이런 실력 있는 배우들. 그러니까 연기력이 단단하니까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지 않습니까? 이런 배우들은 본인들의 건강만 유지하고 정신만 유지하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거예요.
◇ 김현정> 죽을 때까지 하는 평생 가는 배우.
◆ 이순재>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순재 선생님께서는 정말 다양한 도전을 주저앉고 하셨다라고 느끼는 게 리어왕부터 아까 그 근엄한 리어왕부터 야동순재까지 하셨잖아요. 야동 보는 할아버지, 야동순재까지 하셨던 분이에요. 시트콤에서. 그거 보면 진짜 천의 얼굴 아닙니까? 그거는 좀 두렵지 않으셨어요? 막 야동 찾아보는 할아버지, 이런 역할은 생전 안 해보셨던 그 이미지 아니셨잖아요.
◆ 이순재> 그래서 처음에 그 대목이 나왔을 때 나 안 한다고 그랬거든.
◇ 김현정> 안 한다고 하셨어요.
◆ 이순재> 그랬더니 왜 그거 재미있는데. 여보, 아무리 시츄에이션 코미디지만 이런 거까지 하게 되면 내 동창들이 보고 욕한다. 그래서 기피를 했는데 작가, 연출자가 그거 꼭 필요하다. 재미있다. 본인은 대단히 난처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그 이상 재미있는 장면이 없다. 사실 그렇잖아요.
◇ 김현정> 설득을 했군요, PD가.
◆ 이순재> 그럼요. 그날 행사도 못하니까 앉아서 그건 보고 앉았고 마누라한테 들켰을 때 얼마나 남사스럽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이순재> 그래서 오케이. 이왕 시청해준 코미디니까 할 수 있죠. 또 그게 사실이 바탕이 된 하나의 설정이니까.
◇ 김현정> 너무 재미있었어요.
◆ 이순재> 했더니 나중에 아무 소리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서 우리 생활 문화가 이만큼 변했구나. 옛날 같으면 사방에서 전화 오죠.
◇ 김현정> 사방에서 이게 뭐냐고.
◆ 이순재> 너 뭐냐, 인마. 이럴 텐데.
◇ 김현정> 그거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 이순재> 일체 그런 얘기 없더라.
◇ 김현정> 전혀 반대 방향으로 반응이 나타났잖아요. 막 열광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그때 되게 어린 팬들도 많이 생기지 않으셨어요?
◆ 이순재> 그거는 그 부분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의, 본능적 관심의 조건이거든요.
◇ 김현정> 언제까지 연기하실 생각이세요?
◆ 이순재> 글쎄, 그건 내 마음대로 하는 건 아닌 거고 내가 무슨 작품을 제작하고 출연한다면 어느 한계가 있겠지만 역시 아직도 시켜줘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시켜줄지 모르겠는데 기회만 되면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 김현정> 기회만 되면 마지막 힘이 닿는 그 순간까지.
◆ 이순재>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이게 진짜 혼을 갈아 넣는 장인정신이라는 게 뭔가 오늘 선생님 보면서 그 생각했는데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마지막 힘이 닿는 그 순간까지 연기하는 대배우로 우리 사회의 귀감으로 남아주시기를 기원하고 응원하면서 오늘 인사드리겠습니다.
◆ 이순재>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귀한 시간 정말 고맙습니다.
◆ 이순재> 정말 감사합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또 불러 주셔가지고.
◇ 김현정> 선생님 건강하세요.
◆ 이순재> 예.
◇ 김현정> 이순재 선생님이었습니다.
◆ 이순재> 감사합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