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심한 아들 살해…26년 지극 정성 돌본 50대 친모 '집유'

친모 병세 심화, 층간 소음 항의도
재판부 "특히 유가족 선처 간곡히 탄원"


오랜기간 심한 장애를 앓는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다가 자신의 병세가 심화하고 층간소음 항의 등으로 불안을 느끼자 결국 살해한 50대 친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0대)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25일 경남 김해 주거지에서 영아 수준의 심한 지적 장애와 발작 간질 증상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이라는 질환을 가진 피해자인 아들 B(26)씨를 정신신경용제와 최면진정제 등으로 주사한 뒤 양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아 질식사로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 범행에 쓴 정신신경용제와 최면진정제는 A씨가 그동안 처방받고 모아뒀던 일부 약이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원래 밝고 활달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장애 정도가 심한 B씨를 밤낮 가리지 않고 곁에서 돌보면서 외부 사람들과 단절됐다.

A씨는 B씨의 신체가 점점 성장하는 것과 반비례해 정신 건강과 체력은 쇠퇴해갔다.

결국 A씨는 B씨가 태어난 지 12년 만인 2009년쯤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됐고 설상가상으로 2022년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까지 받았다.

A씨는 그럼에도 B씨를 포기하지 않았다.

A씨는 다만 자신이 사망할 경우 남겨질 B씨에 대한 걱정으로 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됐고 더구나 B씨를 수용해 줄 마땅한 시설을 찾기 어려웠다.

A씨는 남편과 첫째 아들에게 자신이 겪어온 부담과 고통을 줄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A씨는 그러던 중 지난해 9월부터 아래층에 새로운 주민이 거주하게 되면서 층간소음이 발생한다며 지속적인 민원과 항의 방문에 심한 불안 증세를 느끼게 됐다.

A씨는 이런 상황들이 겹치자 자신이 처방받은 정신신경용제와 최면진정제 중 일부를 B씨에게 사용하면서 살해했고 일부는 자신에게 쓰면서 뒤따라 자살을 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재판부는 "한 사람의 생명은 우주 전체보다 무겁고 소중하다. 그리고 이는 남녀노소와 건강 상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지만 피고인의 그동안의 헌신과 노력, 고통과 고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장애인 관련 단체 직원 등은 피해자의 어머니로서 오랜 시간 홀로 피해자를 돌보면서 겪었을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말하며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며 "특히 유가족은 피고인이 지난 26년간 피해자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보살펴 왔는지 알기에 피고인을 비난할 수 없다며 선처를 간곡히 탄원하고 있다. 이런 여러 정상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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