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경질환 등 동일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가 급사하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반려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인구가 많이 증가하며 국민 인식도 높아졌지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고양이 급사 사태를 계기로 관련법 개정 등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1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까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묘연에 513마리의 고양이가 유사한 급성질환으로 치료받았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이 중 181마리가 숨졌다.
이 두단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증상이 유사한 급성질환을 앓은 반려묘에 대해 제보받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들은 뒷다리를 절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신경 이상 증상 외에도 급격한 신장 수치 저하, 높은 간수치, 혈변, 혈뇨, 식욕부진 등을 동반해 기력 없이 죽거나 치료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두단체는 반려묘들이 특정 제조사에서 만든 고양이 사료를 먹은 뒤 이상이 생겼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으나 현재까지 사료와 고양이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
농식품부가 고양이 10마리의 사체를 두고 바이러스 7종과 세균 8종, 기생충 2종, 근병증 관련 물질 34종, 농약 등 유해 물질 859종을 조사했으나 아예 원인 물질이 검출되지 않거나 검출됐더라도 폐사와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검사를 의뢰받은 사료 30여건과 유통 중인 사료 20여 건에 대해 유해 물질 78종과 바이러스 7종, 기생충 2종, 세균 2종에 대해 검사한 결과 모두 기준치에 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
다만 농식품부는 특정 원인에 의해 고양이들이 급사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추가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의학계는 이번 사태가 사료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질병과 사료와의 인과관계를 쉽게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수의사는 "사료 원료나 유통과정, 보관 방법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이상 반응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하므로 기존의 검사 방식으로 원인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정부가 사료와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태가 사료와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동물단체와 반려인들은 원인을 밝히는 게 장기간 걸리는 만큼 선제적 조치가 취해져야 추가 피해를 막고 반려인들이 불안에 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 괴담처럼 떠돌던 고양이 급성질환 문제를 공론화한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동일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가 100마리가 넘었을 때 의심이 가는 사료에 대해 판매 중단 처분을 내리는 등 행정당국에서 선제 조치를 해야 했다"며 "정보가 너무 없어 시민들이 SNS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등 관계기관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로 구성된 '고양이 집단 폐사 피해자 대책 위원회'는 정부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사례를 겪은 해외 전문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명확히 원인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재난형 동물감염병 특별위원장인 조호성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만 보더라도 사안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위원회조차 구성이 되지 않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만큼 아직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현행 동물 질병 관련 법안은 가축전염병 예방에 불과해 반려동물을 질병으로부터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