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명 여수시장, 산적한 현안 두고 유유히 해외로…"시정은 어쩌라고"

정기명 여수시장이 시민과의 열린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수시 제공

민선8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정기명 전남 여수시장이 올림픽과 비견되는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 지역의 미래가 걸린 여수 대학병원 유치와 본청사 별관 증축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외유성 해외출장을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14일 여수시에 따르면 정 시장은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12일간의 일정으로 서유럽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방문한다.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 주관 이번 연수는 남해안남중권 12개 시·군의 특색에 맞는 관광·문화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행 일정을 보면 고개가 저어진다.
 
먼저 스페인 마드리드 똘레도에서 성 이시드로 축제를 관람하고 산미구엘 전통 시장을 둘러본다. 이후 유명 관광지인 똘레도로와 그라나다를 거쳐 곤스에그라 돈키호테 풍차마을, 말라가 백색마을을 찾는다. 큰 버섯 모양의 세비야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도시 경관을 살피고 하시엔다구즈만에서 올리브 오일을 맛본다.
 
포르투칼 리스본으로 이동해 엑스포관리위원회를 방문하고 카보다로카 해안,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몬세라트 수도원과 400년 전통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스페인 카바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마지막 일정은 바르셀로나 항구 관리사무소 방문이다.
 
여수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와 COP33 유치 홍보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과거 찬란했던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를 거쳐 산업혁명의 시대를 지나 탈식민지시대를 거쳐 오늘의 역사에 이른 유럽 도시들을 둘러봄으로써 해양도시 여수의 발전 방향을 고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수시가 올해 최대 지역 메가이벤트로 올림픽이나 엑스포와 비견되는 2024 대한민국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도교육청이 교육부, 전남도, 경북도교육청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는 오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공생의 교육,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닷새 동안 펼쳐진다.
 
현재 여수시와 전남도교육청은 개막 20여 일을 앞두고 박람회 현장 공간 구성과 안전관리종합계획 마련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정 시장이 해외 순방을 떠나면서 지역 한안은 뒷전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수지역 현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전라남도는 대학병원 유치를 놓고 동부권과 서부권이 나뉘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순천대 의대 유치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며 사활을 걸고 있고 정인화 광양시장이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동부권 의대 유치에 힘을 보탰다.
 
더욱이 최근 동부권을 중심으로 순천대 의과대학, 율촌 대학병원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정 시장은 지금까지 지역 대학병원 유치와 관련해 지역 정치권 갈등을 이유로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자신의 공약인 본청사 별관 증축은 여수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노조가 반발하며 성명을 발표했지만 정 시장은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지나갔다. 전임인 권오봉 시장이 번번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시정에 힘을 실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여수박람회장에 입주해 있던 해양연구센터가 여수를 떠나 경남 사천시로 이전이 논의되자 여수시의회가 성명을 발표하고 시의원들이 국회와 국립공원공단을 잇따라 찾아 항의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민선8기 여수시는 불과 18개월만에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서 빈축을 사는데다 현 부시장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인사이동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은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는 전남 5개 시·군(여수시, 순천시, 광양시, 고흥군, 보성군)과 경남 4개 시·군(진주시,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으로 구성된 행정협의회다.
 
이번 연수단은 모두 26명으로 구성됐는데 이중 지자체장은 정 시장을 비롯해 정인화 광양시장, 김철우 보성군수, 장충남 남해군수 등 4명이다. 나머지 8개 시·군 지자체장은 불참한다.
 
더욱이 민선8기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한 데 반해 정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석한다.
 
메가이벤트와 여수시의 산적한 현안을 두고 외유성 관광지로 떠나는 정 시장을 바라보는 시청 안팎의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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