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2024시즌 개막전 당시 팬들을 위해 최소 80번의 '엘도라도'를 울리겠다고 선언했다.
박 감독이 언급한 엘도라도는 삼성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응원가 중 하나다. 과거 삼성 왕조 시절 팀이 이길 때마다 경기장에 울려 퍼졌던 노래고, 팬들은 이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즉 엘도라도는 삼성 승리의 상징이다. 박 감독은 시즌 144경기 중 최소 80승은 올리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시즌 삼성이 61승 82패 1무로 8위를 기록했으니 그보다 나은 성적을 약속한 것이다. 박 감독은 "(엘도라도는) 저희가 왕조 시절에 들었던 응원가"라며 "그때의 분위기를 이어받고 팀을 만들어가겠다"고 새 시즌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시즌 극초반 삼성은 9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리그 하위권에서 허덕였다. 하지만 4월부터 반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느새 리그 순위는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삼성은 현재까지 23승 17패 1무를 기록 중이다.
상승세의 요인으로는 젊은 패기의 선발진과 노장 베테랑 불펜진의 신구 조화가 손꼽힌다.
우선 선발 로테이션 중 토종 선수 맏형이 된 원태인이 다승 1위(5승), 평균자책점 2위(1.55)로 리그 최고 에이스 면모를 뽐내고 있다. 여기에 올해 선발 투수로 전향한 좌완 이승현은 2승 1패 평균자책점 1.71로 호투 중이다. 또 2년 차 이호성(1승 2패 평균자책점 4.03)도 꾸준하게 선발 기회를 잡고 있다.
원태인은 "제가 너무 빠르게 선발진 (국내 투수들 중) 맏형이 된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도 "부담은 제가 안고, 후배들은 편한 상황에 등판을 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에이스의 책임감을 졌다.
박 감독도 "외국인 빼고 국내 선수로는 아마 우리가 10개 구단 중에 제일 젊은 선발진일 것"이라며 미소를 지은 바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험만 더 하면 10년~15년 선발은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들이 임무를 완수하면 철벽 불펜이 경기를 매듭 짓는다. 7회엔 임창민, 8회 김재윤, 9회 오승환이 연달아 마운드에 올라 삼성의 승리를 지켜낸다.
타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김영웅이다. 김영웅은 올 시즌 40경기에서 9홈런 46안타 26타점 2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3할 1리. 최근 4번 타자의 임무를 받은 이후에도 김영웅의 불방망이는 식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김지찬, 김재상, 이재현, 김성윤 등 20대 초반 야수들이 활기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주장 구자욱을 비롯해 강민호, 데이비드 맥키넌, 김헌곤 등 베테랑 선수들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만 삼성이 '최소 80번' 이상의 엘도라도를 울리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홈 승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홈과 원정에서 매우 대조적인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원정에서 16승 6패 1무를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원정 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유일하게 원정 승률 7할(7할2푼7리)을 넘는 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방 승률은 꼴찌다. 삼성의 홈 성적은 7승 11패. 10개 구단 중 4할 승률을 넘지 못한 팀은 삼성(3할8푼9리)뿐이다. 홈 첫 승리도 4월 14일이 돼서야 처음 나왔을 정도다.
삼성은 현재 공동 2위로 리그 최상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14일부터 16일까진 문학 원정을 떠나 SSG 랜더스와 주중 3연전을 치른다. 주말엔 홈으로 한화 이글스를 불러들여 순위 경쟁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