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13일 성명을 내고 "5월 예정돼 있던 방송을 사실상 폐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지난 금요일(5월 10일) 오전, 국장을 통해 '역사저널 그날'을 무기한 보류하고 제작진을 해산시키라고 했다. 아나운서 출신 낙하산 MC를 꽂으려다가 무산되자,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정된 개편 첫 방송 녹화를 3일 앞둔 시점에 이 본부장은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조수빈을 MC로 기용할 것을 최종 알렸다. 이미 MC와 패널, 전문가 섭외 및 대본까지 준비를 마쳤고, 유명 배우를 MC로 섭외해 코너 촬영도 끝낸 시점이었다.
이 유명 배우는 한가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가인의 출연 소식에 이미 수억원대 협찬까지 진행되고 있던 상황. 이후 녹화는 2주 가량 연기됐고, 그 사이 조수빈은 프로그램 불참 의사를 밝혔다. 결국 그러다 지난 10일 '역사저널 그날'은 무기한 잠정 중단 통보를 받았다.
조수빈 MC 방안을 수용할 수 없었던 이유 역시 밝혔다. 조수빈은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현재 백선엽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다. 또 채널A 메인 뉴스 앵커를 거쳐 TV조선 시사프로그램 MC로 활약 중이다. 다수의 정치적 행사에서도 진행을 본 이력이 존재한다.
제작진은 "중립성이 중요한 역사 프로그램이기에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라고 짚었다. 이 본부장에게 조수빈 낙점 이유를 물었지만 "MC로 섭외된 해당 배우보다 조수빈이 낫다"는 답변만 반복할 뿐 합리적인 이유를 들을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조수빈 측은 "조수빈은 KBS '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의 진행자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 또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 선정과 관련해 KBS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며 "조수빈을 '낙하산'이라는 표현과 함께 특정 시각에 맞춰 편향성과 연결 지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재개를 간곡히 호소했지만 이 본부장은 "조직의 기강이 흔들렸으니 그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이유를 대며 무기한 보류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프로그램만은 살려달라는 제작진의 요청도 "흔들린 조직 체계를 잡아야" "항명이 있어서"라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
제작진은 이 본부장이 방송법과 편성규약을 어겼다고 지적하면서 "제작 비용 손실과 잃어버린 신뢰 등 무형 자산의 손실은 모두 이제원 본부장의 책임이다. 이제 어느 출연자와 스태프가 KBS와 일하려 하겠는가. 10년을 이어온 역사 프로그램의 재단장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무책임하게 망가뜨리려 하는 이 본부장과 책임을 회피하는 박민 사장은 당장 '역사저널 그날' 폐지를 철회하고 정상화에 나서라"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