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의 근거 자료를 법원에 제출한 가운데 의료계는 '2천명 증원'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어떠한 근거로 정부는 2천명이라는 특정 숫자를 결정했고, 도대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선전포고 하듯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는지 정말 궁금했다"며 "재판부의 결정으로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기록을 이제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자료 검증을 하면서, 저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수천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외에는 없었다.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가 다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존 보고서 재탕 외에 재판부가 석명으로 요청한 증원을 결정한 새로운 객관적인 용역이나 검증도 전무했던 것을 확인했다"며 "2천명을 증원한 근거는 없었고,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언급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 대해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정책은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행정소송은 절차적인 문제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한 경우에 이기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정책의 내용과 근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가 한 결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취사선택해서는 안된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퇴출돼야 하는 행위이며, 문명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에서는 통일된 목소리로 원점 재논의를 얘기했다"며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면서 '원점'도 없었고,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불합리한 정책의 추진을 백지화하고 이제라도 의사를 포함한 보건인력을 과학적으로 추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의료계 측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오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결정의 근거로 법원에 제출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등 각종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계가 법원에 제출된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 자료를 공개하려는 것을 두고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정부가 여태까지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추진하려면 스스로 (근거 자료를) 공개했어야 한다"며 "사실 한두 개 빼놓고는 이미 언론에 알려진 사실상 증거 가치가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숨기고 있는 자료가 많이 있다. 재판장님께서 제출하라고 요구한 자료, 법원의 신문 조서에도 문서로 기재돼 있는, 제출하라고 요구한 자료를 거의 제출하지 않았다"며 "결국 소송을 방해하는 쪽은 정부"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행정소송을 맡고 있는 법원이 절차적 위법성뿐 아니라 실체적인 위법 사유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행정소송에서는 절차적인 위법성 여부도 심리하지만, 실체적인 위법 사유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증원 2천명'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 실체적 위법 사유에 관한 심사이고, 그 과정에 있어서 여러 의견 수렴을 제대로 했느냐가 절차적 문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