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가 체조경기장으로 돌아왔다. 비스트 시절 처음 체조경기장에 입성했던 하이라이트는 15주년을 맞은 2024년 다시 체조경기장에서 팬들을 만났다. 하이라이트로서의 현재는 물론, 비스트라는 과거, 앞으로도 함께할 미래를 모두 녹인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원 없이 부를 수 있게 된 '비스트' 구간이었다.
2022년 후 2년 만에 치러진 완전체 콘서트 '라이츠 고 온, 어게인'(LIGHTS GO ON, AGAIN)은, 2010년 발표한 비스트의 네 번째 미니앨범명과 같다. 또한 멤버 전역 후 최대 규모로 마련한 콘서트라는 점에서도 뜻깊다. 10일부터 오늘 12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되는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검은 제복을 입고 나타난 비스트는 올해 3월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제목과 같은 노래 '스위치 온'(Switch On)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기타-베이스-건반-드럼으로 구성된 5인조 라이브 밴드 연주가 더해진 '스위치 온' 무대에서는 전자 기타의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귀에 와서 박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여러분들의 빛나는 별" 양요섭, "여러분들의 리더가 되고 싶은 남자" 윤두준, "하이라이트 셋째"이자 "눈물이 거의 없는 여러분들의 왕 중의 왕" 이기광, "하이라이트의 막내" 손동운이 차례로 인사했다. 이기광은 "우리끼리 따뜻하다 못해 아주아주 그리고 뜨겁고 핫한 시간을 보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뗐고, 손동운은 "오늘 처음 오신 분들은 처음 들으니까 그대로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고 어제 오신 분들은 아니까 더 열정적으로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윤두준은 "둘째 날이 사실 분위기가 제일 좋다. 오늘이 최고의 공연 회차가 되길 바란다"라며 "오늘은 적극적으로 다 같이 놀아보는 시간 가져보겠다"라고 예고했다. 양요섭은 "어제 굉장히 뜨겁지 않았나. 오늘도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뜨거운 공연을 완성해 달라. 하이라이트의 모든 무대 완성은 항상 여러분이 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곡부터 10번째 곡까지는 내리 하이라이트의 곡으로 채웠다. 기타 연주에 맞춘 웨이브 안무가 인상적이었던 '페이퍼 컷'(Paper Cut), 흐드러진 꽃밭을 배경으로 해 화사함을 선사한 '필 유어 러브'(Feel Your Love), 공중으로 올라가는 구조물 연출 위에서 부른 희망찬 분위기의 '슬립 타이트'(Sleep Tight), 휴대전화 영상통화 느낌으로 화면을 연출한 '콜링 유'(Calling You), 특히 밴드 라이브와 잘 어울렸던 '기브 유 마이 올'(Give You My All), 하이라이트의 경쾌함과 발랄함이 가득 배어나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신나는 분위기의 '하이라이트표 하우스' 곡인 '바디'(BODY)까지 다양한 무대가 이어졌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서 멤버 전원이 마이크를 바꾼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기광은 "오랜만에 거금을 들여 바꿔봤다. 뭔가 노래도 잘되는 거 같고 고음도 잘되는 거 같고 콘서트도 신나는 거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비스트'라는 이름의 중간 VCR이 나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어느 가을날에 만난 크고 소중한 그 이름에 대한 기억'이라고 시작한 VCR에서는 '걱정과 눈물로 얼룩진 시절'과 '우리의 기억이, 추억이 멈출까 봐 불안했던 무수한 순간들'이 있었다면서도 '어떤 순간이라도 함께 있다면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비스트 앨범을 살펴보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제, 아주 오래전 내 마음에 새긴 단 하나의 이름을 꺼내 본다'라는 문구로 예고했듯, 하이라이트는 과거 비스트 시절의 곡을 차례대로 펼쳤다. 2009년에 발표한 데뷔곡 '배드 걸'(Bad Girl), 비스트의 대표적인 히트곡 '쇼크'(Shock)와 '스페셜'(Special) 무대에서 팬들은 어느 때보다도 크게 응원법을 외쳐 호응했다.
이기광은 "비스트와 하이라이트, 뷰티와 라이트 줄여서 그리고 합쳐서 저희는 '하트'다. 여러분은 무엇일까? '라뷰'다. 저희 모두가 하나 되는 역사적인 순간 앞에 섰다. 어쩜 이렇게 예쁜 글자를 만들어주시는지 모르겠다"라며 "우리 라뷰 알라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두준은 "세트 리스트 회의할 때부터 이번 콘서트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이 있었다"라며 "현재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과거를 보여주는 비스트 섹션에선 비스트 시절 때의 노래만 불렀고, 함께 미래를 보여주는 '하트 라뷰 섹션'으로 나눠봤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참 진짜 중요한 거는 과거부터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미래까지 함께하고 있다는 거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윤두준은 "저는 사실 '배드 걸' 딱 나오면 예상했던 느낌이 있었다. 되게 신나실 줄 알았는데 앞에서 막 우시는 걸 보고 사실 적잖이 당황을 했다. 되게 신나고 너무 반가워하실 줄 알았는데 여러분이 벅찼나 보더라. 그다음부터 (저희도) 감정 조절이 안 된 거 같은데 오늘은 신나게 한 거 같다"라고 밝혔다.
"네가 불길이라도 난 뛰어들게"라는 가사로 유명한 '섀도우'(Shadow)와 양요섭의 유려한 보컬로 시작한 '굿 럭'(Good Luck), 기타와 드럼 연주로 어깨가 들썩였던 '숨'이 차례로 나왔다. 이날 공연 내내 탄탄하고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여전한 실력을 발휘한 양요섭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난 곡이 바로 '숨'이었다. 흔들림 없이 정확한 음정으로 안정적인 라이브를 '발사'하는 느낌이었다.
하이라이트는 팬들이 듣고 싶어 하는 비스트 노래를 신청받았고, 팬들은 '프리즈'(Freeze) '불러보지만' '주먹을 꽉 쥐고' '원 데이'(One Day) '드라이브'(Drive) '위 업'(We Up) '예이'(YeY) 등을 외쳐, 이 중 일부 곡을 즉석에서 짧게 라이브로 들려줬다.
음색과 가창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비가 오는 날엔'을 비롯해 '리본'(Ribbon) '더 팩트'(The Fact) '픽션'(Fiction) '라이츠 고 온 어게인'(Lights Go on Again) '라이트리스'(Lightless)까지 거침없이 '비스트 섹션'을 달린 하이라이트는 '불어온다'로 다시 '하이라이트 모드'로 전환했다.
"진짜 참 본인만의 시간을 써서 이렇게 또 멀리서 가까이서 온다는 거 자체가… 토요일이 본인에겐 정말 소중한 휴일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데 이렇게 궂은 날씨에도 저희 하이라이트를 보러 와 주신 많은 관객 여러분, 라이트 분들 감사드려요. 여러분들 마음속에 오늘 하루 공연이 앞으로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추억과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노래하고 열심히 웃고 춤추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후회 없이 잘 즐기기를 바라겠습니다." (이기광)
"내가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날인데 이렇게 비가 오면 어떻게 할까 진짜 많이 생각해 봤어요. 너무 멀리서 와 주신 분들도 그렇고 근방에 사신다고 해도 저희 보러 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이렇게 오늘 너무 좋은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아마 저희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이거 무슨 콘서트였어' '이 생각 나 저 생각 나' 하면서 추억하잖아요. 아직도 내일이 남긴 했지만 오늘 함께했던 시간들을 참 오래 기억할 거 같아요. 저희 콘서트 명처럼 다시 한번 빛을 밝혀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손동운)
밴드 사운드가 돋보였던 '인 마이 헤드'(In My Head)로 이동 기구를 타고 관객석 가까이 다가오는 팬 서비스를 한 하이라이트는 '돈트 리브'(Don't Leave) 땐 아예 객석 부근을 누비며 팬들과 뜨겁게 호흡했다. 그다음 곡은 '뷰티풀'(Beautiful)이었고, 앙코르를 제외한 본 공연만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꽉 찬' 콘서트였다.
앙코르 이후 또 앙코르라는 의미의 '앵앵콜'까지 28곡의 무대를 선사한 하이라이트는 서울에 이어 6월 홍콩, 방콕, 7월 가오슝, 도쿄에서도 '라이츠 고 온, 어게인'을 아시아 투어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