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을 들을 때마다 실감이 나지 않고 감개무량하죠. 친한 스태프분들, 배우분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준비한 작품이 잘돼서 더 기뻐요. 수철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캐릭터였는데 꾀부리지 말고 다 꺼내서 응원을 받게 하고 싶었어요. 재벌가에서 용두리 시골로 바뀌는 환경 설정에 맞게 감량도 많이 했고요."
'눈물의 여왕'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와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무려 10대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박지은 작가는 그 동안 곽동연의 작업을 계속 지켜봐 왔다고.
"제가 해온 작업들이 헛된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회가 남달랐어요. 초반에 리딩하고 해주셨던 말씀은 '그냥 동현씨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시면 된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작가님이 워낙 제가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말을 하는지 다 알고 계셔서 대본에도 많이 반영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정말 편하게 하면 될 거 같다고 하셔서 저도 믿고 재밌게 연기했죠."
철없는 재벌가 막내 홍수철과 정반대인 누나 홍해인 역의 김지원과는 '친남매' 케미를 위해 노력했다. 그 동안 폭넓은 작품 활동 덕분에 김지원과도 역시 '쌈, 마이웨이'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타고난 친화력 덕분에 서로 친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친동생이 누나를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연구를 많이 했어요. '쌈, 마이웨이'에서 잠깐 같이 했을 때도 선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다행히 같은 심정이셨더라고요. 내적 친밀감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친해지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같이 연기해봤던 경험이 든든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도 서로 연기를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굉장히 편했고, 친해진 후에는 서로 고민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수철이에게는 작은 사랑이 아주 크고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과거든, 어떤 의도가 있었든 다 필요 없고, 나에게 진짜 감정을 느꼈다는 걸 안다, 내 옆에 있기만 하면 된다, 약간 그런 사랑이었어요. 어쩌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이죠. 깊게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요. 왜 수철이란 캐릭터가 사랑 받았나 생각해보면 누구나 언젠가 한번쯤은 그런 절대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느꼈거나 꿈꿔본 적이 있었기 때문인 거 같아요. 수철이를 만나면서 제 마음 안에도 그런 씨앗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곽동연하면 떠오르는 '코미디'는 이번에도 홍수철 캐릭터를 이루는 강력한 요소가 됐다. 주인공 커플이 드라마 제목에 맞게 눈물을 흘리는 동안,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적재적소에 해냈다. 드라마를 빙자한 시트콤으로 불렸던 '가우스전자'에서도 곽동연은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었다. '눈물의 여왕' 코미디 역시 치열한 고민과 노력 끝에 탄생했다.
"보통 요즘 코미디는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데 그 코드가 40~60대 어른들에게도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코미디가 필요했기에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대본을 받고도 장면이 너무 재미있으니까 오히려 부담감이 커졌는데 현장에서 도와주셔서 무사히 마쳤네요. '가우스전자'에서 한번 끝을 봐서 코미디의 원천이 다시 채워지기 전까지는 다른 걸 열심히 하다 돌아와야겠죠? 그래도 웃음을 주는 매력과 힘이 크다고 생각해서 코미디를 놓지는 못할 거 같아요."
코미디 장르가 아니더라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곽동연의 '코믹함'을 발휘할 기회들은 얼마든지 있다. 화제가 됐던 인스타그램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익명 질문을 받아 답하는 것)은 곽동연이 보유한 입담과 센스를 여실히 보여줬다. 다만 곽동연에게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예능 촬영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긴 하는 거 같아요. 제가 또 어른들한테는 그렇게(웃기고 센스있게) 잘 못하는 타입이기도 하고요. 카메라 가 많은 것에 대한 자의식도 자꾸 들고…. 그런 거 같습니다. (웃음) '무물'은 전편의 나를 내가 넘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우리만의 작은 놀이 같은 건데 너무 퍼지니까 약간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날 컨디션이 딱 좋았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실 질문이 좋은 게 나오지 않으면 받을 수가 없어요. 그 합이 맞아야 되는 작업이라 다음에 또 좋은 콘텐츠가 생각나면 찾아 뵐게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처럼 무식한 방법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여졌을 때만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을 꼭 잡겠다는 일념 하에 죽을 때까지 쫓아가서 진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나오는 움직임 같은 걸 실제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결국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궁극적으로는 '더 진짜'를 잘 표현해내는 거에 대한 갈증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어느덧 20대 후반, 곽동연은 30대를 준비하며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볼 작정이다. 작게는 '건축탐구 집'에 빠져 소소하게 보내는 휴식일 수도 있고, 크게는 어떤 작품에 임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시간들에만 할 수 있었던 작업들을 그래도 열심히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에 또 어떨 때는 너무 미래지향적으로 살았던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배우로서 더 잘 되기 위해서 작품을 선택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아마 시간을 돌려도 같은 선택을 하겠지만 남은 20대는 지금 느낄 수 있는 것들,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밟아가면서 성실히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