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박싱]김윤아에게 여운 남기고, 자유 선물한 '관능소설'

김윤아 정규 5집 '관능소설' ① 앨범 편

지난달 25일 정규 5집 '관능소설'을 낸 가수 김윤아를 서면으로 만났다.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업을 하며 음악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한 퍼즐을 끼워 맞추고 허공에서 실을 낚아 직조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많은 뮤지션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주의 방향성을 의논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백지에 제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멋대로 펼쳐내는 일이 즐겁습니다."


밴드 자우림(JAURIM)의 김윤아가 새 솔로 앨범을 냈다. '타인의 고통'(2016) 이후 8년 만이다.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사랑 노래'로 가득 채워 '관능소설'이란 이름을 붙였다. 김윤아는 직접 쓴 앨범 소개 글에서 앨범명 '관능소설'이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인정하면서도, "관능은 사랑의 감각일 수도 있지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인체의 기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카멜리아'를 시작으로 '종언' '행복을 바라는 게 잘못인가요' '체취' '장밋빛 인생' '평범한 남자' '유'(U) '부사의 정원' '해피엔딩' '마지막 장면'까지 총 10곡이 든 이번 앨범 역시, 이전 솔로 프로젝트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김윤아가 가창은 물론 '프로듀서'로서 만들었다. 전곡을 단독 작사·작곡했고, 7곡을 단독 편곡했다.

'거의 완성된 형태'로 튀어나온 곡부터, 마침표를 찍기까지 14년이 걸린 곡을 이번 앨범에 한데 모은 김윤아는 "사랑 노래로 가득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을 느끼는 뇌"(앨범 소개 글)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깊이 몰입했고, 여전히 여운은 남지만, 이제 '사랑 노래'는 김윤아에게 '풀어야할 숙제'만은 아니다. 앞으로는 사랑 노래를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고.

CBS노컷뉴스는 8년 만에 새로운 정규앨범 '관능소설'로 돌아온 김윤아를 지난 10일 서면 인터뷰해, 앨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8년 만에 나온 김윤아의 솔로 정규앨범 '관능소설'에는 총 10곡이 실렸다.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1. '사랑 이야기'가 본인의 약점이라고 했는데, 이번 정규 5집 '관능소설'을 완성하고 나서 기분이 어땠나요? 여전히 '사랑을 노래하는 것'은 약점인가요? 아니면 이제 더 이상 약점은 아닌가요?


10곡의 사랑 노래에 푹 빠져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제 더 이상 저의 약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 자유롭게 사랑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 수 있을 듯합니다.

2. '종언'과 '장밋빛 인생', 퍽 다른 분위기의 두 곡이 더블 타이틀곡이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항상 타이틀곡을 정할 때 여러 리스너들에게 모니터링을 합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아주 다른 두 곡이 너무나 팽팽한 접전을 펼쳤기에 두 곡 모두를 타이틀로 삼았습니다.

3. 총 10곡 중 1~5번 트랙은 '환상', 6~10번 트랙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데요. 처음부터 이런 구성을 의도했는지, 이 구성에서 놓치지 않고 가져가고 싶었던 핵심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의도로 했던 구성입니다. 누구나 사랑에 갖는 환상이 있지만 현실의 사랑은 환상과는 다릅니다. 그렇다고 현실의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지요. 그 반대도 당연히 마찬가지입니다. A면에서는 환상을, B면에서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김윤아 정규 5집 '관능소설' 표지.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4. 앨범을 순서대로 들었을 때, '카멜리아' '종언' '행복을 바라는 게 잘못인가요'까지 비교적 고난도의 곡이 초반에 배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풍경을 다룬 '해피엔딩'이 마지막 곡이 아니라 9번째에 실린 것도 눈에 띄고요. 어떤 기준을 가지고 트랙 리스트 순서를 정했나요?


전체적으로는 단편 소설이나 영화의 옴니버스 같은 기분이 들었으면 했습니다. 청자가 그림 같은 환상의 유혹에 빠져들다가 결국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구성입니다. 6번 트랙 '평범한 남자'가 완벽한 브릿지가 되어주었습니다. 10번 트랙 '마지막 장면'이 앨범의 모든 얼굴을 망라합니다. 환상이자 현실이며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 앨범의 주제가 담겨있는 이 곡이 9번 트랙 '해피엔딩'보다 마지막 곡으로 더 적합했습니다.

5. '카멜리아'의 김필, '평범한 남자'의 백현진, 'U'의 이승열, '부사의 정원'의 이하이까지 다양한 가수가 피처링으로 참여했습니다. 왜 그 곡에 그 가수의 참여를 요청했는지, 기대하던 바에 도달했는지 궁금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대한 바를 충족하고도 남았습니다. '카멜리아'는 매우 관능적인 곡입니다. 필님의 시적이고 관능적인 목소리가 곡을 완성해 주었습니다. '평범한 남자'는 만들 때부터 현진님을 떠올렸던 곡이고 'U에'는 어른 남자의 여지를 두는 듯한 목소리가 필요했습니다. 승열님이 딱 그런 톤이었습니다. '부사의 정원'은 앨범에서 가장 에로틱한 곡으로 저와 쌍둥이처럼 호흡을 맞춰 줄 아름다운 톤의 여성 아티스트가 필요했습니다. 하이님의 목소리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6. 만들면서 가장 수월했던 곡과 가장 수월하지 않았던 곡은 어떤 곡인가요?

가장 수월했던 곡은 3번 트랙 '행복을 바라는 게 잘못인가요'입니다. 거의 완성형의 형태로 머릿속에서 튀어나왔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곡은 2번 트랙 종언으로 이 곡의 멜로디는 3집 '315360'을 만들던 때 만들어 두었지만 캐릭터가 강한 라인에 걸맞은 가사를 쓰기가 어려워서 쭉 손에 쥐고만 있었던 노래입니다. 14년 만에 완성되었네요.

김윤아는 이번 앨범을 '사랑 노래'로 채웠다.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7. 일본 음악가 사이토 네코(Saito Neko)가 '체취'와 '장밋빛 인생'을 편곡했고, '마지막 장면'은 이준호씨와 공동 편곡했습니다. 두 분과 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고, 두 분의 어떤 특징이나 장점을 반영하고 싶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특히 '장밋빛 인생'은 재즈·클래식·탱고 모두에 조예가 깊은 편곡자가 필요했습니다. 2집 때 협업했던 죠르지 칼란드렐리(Jorge Calandrelli) 선생님도 생각했지만 비교적 앨범 작업 후반부에 완성된 곡이어서 미국을 왕래하며 작업하기에 시간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일본에서 두 분의 편곡자를 생각했는데 사이토 네코 선생님과 마음이 잘 맞아 함께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체취'와 '장밋빛 인생'은 도쿄에서 녹음을 했는데 처음 보는 연주자들과 곡당 3시간만을 사용해서 연주부터 노래까지 모두 완성했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고 음악이 주는 희열을 한껏 느꼈던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플라멩코 기타로 편곡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스페인에서 정통 플라멩코를 공부하고 오신 이준호 선생님과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기타만으로 모든 서사가 완성된 아름다운 작업이었습니다.

8. 평탄해서 지루한 사랑이 아닌 '독 사과' 같은 사랑을 이번 앨범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본인이 투영된 듯 보이는 '해피엔딩'처럼 직접적으로 '내 얘기'를 하는 것과, 다른 트랙처럼 '있을 법한 사랑을 상상'하며 만드는 것은 작업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나요? 본인에게 더 잘 맞는 방식은 어떤 건가요?

말씀하신 것과 같이 '해피엔딩'은 완전한 경험담에서 나온 곡입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경험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서 문학과 영화, 음악, 타인들의 에피소드 등 간접 경험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웁니다. 이번 앨범은 독한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연료로 뇌를 속여 연애 호르몬들을 분비시키며 작업했는데 그 어떤 앨범을 만들 때보다 정서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9. '관능소설' 앨범을 녹음할 때 가창과 표현에 관해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모든 가창은 곡의 소재와 주제에 맞춰 진행합니다. 곡마다 표현과 소리를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제가 가진 몇 안 되는 음악적 재능 중의 하나입니다.

타이틀곡 중 하나인 '장밋빛 인생'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한예리가 출연했다. '장밋빛 인생' 뮤직비디오 캡처
10. 전곡 가사를 단독 작사했습니다. 예스러운 시구 같은 가사도, 자기 이야기를 덤덤히 털어놓는 듯한 편안한 말투의 가사도, '~게'로 끝나는 부사가 계속해서 나오는 독특한 가사도 있습니다. 본인이 가장 아끼는 혹은 자랑하고 싶은 가사(복수 응답 가능)는 무엇인가요.


솔로 앨범들에서 항상 그렇듯이 모든 곡과 가사를 직접 만들고 편곡하고 프로듀스했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부사와 부사구만으로 가사를 쓰고 싶다'라는 기획을 가지고 만든 '부사의 정원'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덤으로 '부사'의 정원에서 '부사'는 품사이기도, 사과이기도 합니다.

11. 이번 앨범을 통틀어 본인에게 가장 과감한 시도였다고 자평할 만한 부분은 어디일까요?

연애하는 뇌를 만들어 작업한다는 기획이 가장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실제로 저는 대상 없는 연애를 반년 동안 했고 사랑의 열병과 상실의 과정을 모두 겪었습니다. 앨범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수월하지 않았을 정도로요. 지금도 아직 그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12. 더블 타이틀곡 '종언' 뮤직비디오에는 김윤아씨가 직접 출연해 노래하는 모습이 담겼고, '장밋빛 인생'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한예리씨가 출연합니다. 뮤직비디오 작업기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4집 '타인의 고통'의 타이틀곡 '꿈' 뮤직비디오를 인연으로 자우림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온다면, 미스터 클라우스' 비디오를 만들어 주고 자우림 25주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자우림, 더 원더랜드'까지 함께 작업한 37디그리(37th degree)의 킴보 감독과 의기투합하여 예술적인 두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종언'은 모든 장면을 그림처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아이디어로 진행되었고 '장밋빛 인생'은 평소 예리님의 춤을 매우 사랑하던 제가 배우님께 덥석 프러포즈해서 예리님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13. 앨범 표지를 보고 초여름의 밝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른의 사랑'을 다룬 앨범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반전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앨범 표지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른한 오후, 아찔한 꽃향기 가득한 이탈리아 정원에 하얀 실크 원피스를 입고 맨발로 앉아 있는 여성의 사진은 제 생각에는 관능적이긴 합니다만 싱그럽고 밝다고 느끼셨다면 노림수의 실패입니다, 하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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