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난 황경민은 "시즌 초에는 몸이 너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갈수록 너무 많이 다치고 몸이 안 좋았다"면서 "팀 성적도 너무 안 좋아서 많이 답답했다"고 떠올렸다.
지난 시즌 KB손해보험은 5승31패 승점 21에 그쳐 최하위에 머물렀다. 6위로 마쳤던 2022-2023시즌에 이어 2년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황경민에겐 2022-2023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KB손해보험에 잔류한 뒤 첫 시즌이었다. FA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부상 탓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부담 없이 시즌을 잘 시작했는데, 다치니까 너무 힘들더라"면서 "계속 경기를 뛰어야 해서 몸을 만들 시간도 부족했다. 그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16일 우리카드전에서 당한 불의의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팀 동료인 홍상혁과 충돌해 늑골을 다친 것. 이후 복귀까지는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를 떠올린 황경민은 "항상 시즌 전에는 다치지 않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배구 선수 중 늑골을 다친 사람은 내가 처음인 것 같다"면서 "운이 정말 없었다. 하필 덩치가 큰 (홍)상혁이와 부딪혀서 그렇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복귀전이었던 12월 19일 삼성화재전에서는 12득점에 공격 성공률 70.59%로 눈부신 활약을 펼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컨디션 관리가 힘들었다던 황경민은 "그 한 경기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몸이 안 좋아서 점프도 잘 안 되는 상태였다"면서 "계속 몸이 안 올라오고, 다른 곳까지 아프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후인정 감독 자진 사퇴 후 김학민 수석코치 대행 체제에서 반등을 노렸지만, 머지않아 5라운드 도중 최하위를 확정했다. 황경민은 "좀 더 하면 봄배구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5라운드부터는 선수들이 마음을 비웠다"면서 "유종의 미라도 거둬야겠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리그 36경기 중 무려 10경기가 5세트까지 이어졌는데, 그중 2승밖에 챙기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황경민은 "국내 선수들이 비예나를 많이 도와주지 못한 부분이 컸다"면서 "비예나가 항상 혼자서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체 5승 중 2승을 4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거두며 다크호스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황경민은 "비예나가 불타올랐던 것 같다. 대한항공만 만나면 눈빛부터 달라지더라"면서 웃었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 비예나에 대한 신뢰가 크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미겔 리베라 감독과 면담에서도 가장 먼저 비예나와 재계약 여부에 대해 물을 정도였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종료된 가운데 KB손해보험은 일찌감치 비예나와 재계약을 선택했다. 남자부 7개 구단 중 기존 외국인 선수와 동행하는 유일한 팀이다. 비예나는 차기 시즌에도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V-리그를 누빈다.
황경민은 비예나에 대해 "워크에식이 너무 좋고, 항상 몸 관리를 잘한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신뢰가 두텁다"면서 "배구적으로 굉장히 똑똑하고 모범적인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감독님께 비예나를 주장으로 임명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황경민 입장에서는 입대를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시즌인 만큼 걱정이 앞선다. 그는 "배구를 하면서 그렇게 오래 쉬어본 적이 없어서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군복무 중인 (황)택의를 만났는데, 살도 많이 빠지고 성숙해졌더라. (나)경복이 형은 맨날 운동만 한다고 한다"고 말해 내심 자신감도 엿보였다.
국가대표팀 복귀를 위해서도 각오가 남다르다. 황경민은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 참가했으나 이후 아시아선수권대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24 AVC 챌린지컵 명단에서도 제외됐으나, 최근 정지석(대한항공)과 허수봉(현대캐피탈)이 부상으로 이탈해 대체 발탁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황경민은 다음달 1일 결혼식이 예정된 탓에 소집에 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태극마크라는 꿈을 안고 뛴다. 황경민은 "계속 대체 선수로 대표팀에 갔는데, 운이 좋아서 많은 경기를 뛰었다"면서 "다치지 않고 뛰면서 대표팀에 다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차기 시즌에는 반드시 팀의 반등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남겼다. 황경민은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쳤으면 좋겠고, 일단 봄 배구를 목표로 뛰겠다"면서 "우승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로 봄 배구 진출을 노리고, 그 다음에는 잘하면 좋은 결과가 따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