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야구했던 두산으로 돌아와 기쁘다. 다시 한번 최고 위치에 도전하겠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다승왕, 승률왕, 골든 글러브를 석권하며 KBO 리그 최고 투수로 거듭났던 라울 알칸타라가 일본 무대 도전 후 두산으로 복귀하면서 밝힌 소감이다.
어느 때보다 알칸타라가 초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시기다. 2024시즌 초부터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알칸타라가 몸과 마음을 다잡고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중순부터 말까지 골치 아픈 소식을 2번이나 들었다.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과 알칸타라가 연이어 부상을 당한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감독은 선발 투수들의 부상 방지를 특히나 강조했다. 그러나 개막도 전에 좌완 최승용이 피로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브랜든과 알칸타라마저 차례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다행히도 브랜든은 5월부터 그라운드에 돌아와 무리 없이 경기에 뛰고 있다. 이 감독도 "확실히 컨디션이 아직 100%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등판엔 전혀 문제없다. 다음에도 정상적으로 출전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이제 알칸타라가 마운드로 돌아올 차례다. 이 감독은 지난 9일 알칸타라에 대한 질문에 "이제 올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시계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모든 걸 알칸타라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알칸타라는 팔꿈치에 불편을 느껴 지난달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국내 검진에서 팔꿈치 염좌 소견을 받았다. MRI에도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알칸타라가 빠른 시일 내 복귀해 다시 전력에 도움이 될 줄만 알았다.
그러나 복귀 시기는 계속 늦춰졌다. 4월 30일 국내 병원 최종 검진에서도 MRI 상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알칸타라의 통증 호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알칸타라는 미국 병원 주치의 소견을 기다리겠다고 구단에 통보했다. 또 미국에 가서 주치의를 직접 만나 검진을 받고 싶다고도 요구했다.
이 감독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칸타라의 모든 요구를 허락했다. 팔꿈치는 투수에겐 생명과도 같은 부위인 데다, 시즌 도중 에이스가 정신적으로 흔들린다면 팀에도 좋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알칸타라는 미국으로 건너갔고, 지난 8일 현지 주치의에게도 국내 의료진과 같은 소견을 받았다. 이제 알칸타라가 경기에 나서지 않을 의학적 이유는 없다. 10일엔 팀에 합류해 간단한 훈련을 소화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알칸타라가 전력에서 이탈해 있던 4월 22일부터 5월 9일까지 18일간 두산은 엄청난 기세로 승률을 올렸다. 이 기간에 10승 4패, 5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알칸타라 부상 전까지 거뒀던 11승 15패와는 대조적인 성적이다.
이 감독은 구멍 난 선발 3자리를 최원준, 최준호, 김유성으로 메웠는데 이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최원준은 이 기간 3경기 1승 1패, 최준호는 3경기에 출전해 승패는 없었지만 모두 팀이 승리를 거뒀다. 김유성은 2경기 1승을 기록했다.
이제 알칸타라가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할 차례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5경기 31⅓이닝을 던지며 1승 1패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 중이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두산의 최근 경기력과 정상 컨디션의 알칸타라 투구가 더해질 수 있을까. 성사된다면 이승엽 감독의 시즌 운영은 훨씬 순조로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