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4월 중순까지만 해도 불펜진에 대한 걱정이 컸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얇아진 불펜 뎁스 탓이다. 염 감독은 지난달 18일 "지금 가장 힘든 건 작년 필승조에서 6명이 빠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운영을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래서 염 감독은 당시까지만 해도 선발 투수의 중요성을 특히나 강조했다.
약 3주가 지난 현시점. 염 감독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SSG 랜더스전 승리 후 "6회부터 새로운 필승조가 완벽히 막아주며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며 불펜진을 칭찬했다.
LG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케이시 켈리가 경기 초반부터 5점을 내주며 리드를 빼앗긴 채 경기를 끌려갔다. 다행히도 타선에서 역전까지 만들어 냈는데, 이 과정에서 켈리에 이어 마운드를 지킨 불펜진의 역할이 매우 컸다.
염 감독은 6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다. 이우찬, 김유영, 김진성, 유영찬이 1이닝씩을 책임졌다. 불펜진이 허용한 안타는 1개뿐이었다. 이들의 활약으로 LG는 SSG에 8 대 5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 중심엔 좌완 김유영이 있다. 김유영은 이날 불펜 선배 이우찬의 공을 이어받아 7회부터 공을 던졌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김유영은 1이닝 동안 공 9개로 아웃 카운트를 3개를 잡고 홀드를 기록했다. 그중 탈삼진은 2개였다.
김유영은 경기 후 "평소대로 준비를 잘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가볍게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을 많이 넣자는 생각으로, 빠르게 승부를 보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7회초 김유영이 상대한 SSG 타자들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최지훈, 박성한, 최정으로 이어지는 타선이었다. 하지만 김유영은 뛰어난 제구력으로 최지훈과 박성한에 연속 삼진을 잡아냈고, 최정은 공 1개로 플라이 아웃 처리했다.
제구가 좋아진 이유가 따로 있을까. 김유영은 "1스트라이크 1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이 상황만 되면 다음 공으로 유인구를 던져도 타자들의 헛스윙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유영은 "타자들의 헛스윙 반응을 보고 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며 "확신이 생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제 염 감독에게 김유영은 단순히 불펜 투수 1명이 아니다. 염 감독이 경기 전 "김유영은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팀의 필승조로 인정받은 김유영도 이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 김유영은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이 책임감은 제가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