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년9개월만에 기자회견…'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특검 선 그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앞두고 기자회견
"국민 체감하는 변화, 설명과 소통 부족했다"
"아내의 처신 사과, 해병대원 순직 사건 안타깝다"면서도
"수사 진행 중…특검은 '봐주기 수사' 문제가 있었어야" 선 긋기
"의료개혁, 정부 로드맵 따라갈 것"…'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의지
"물가 잡는데 정부의 역량 총동원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1년 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1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총선 패배에 대해 "국민 체감 위한 소통 등이 부족했다"는 평가와 함께 김건희 여사,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특검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 부족했다…기조는 일관성 유지"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은 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 약 한 달 만인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 "국민께서 체감하는 변화와,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해 드리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시장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경제 기조를 잡은 건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그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세심히 가려서 고칠 건 고치고 일관성 가질 건 가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소통 문제와 관련해 "특히 언론과의 소통, 정치권과의 소통을 더 열어두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어떤 정치인에게도 선을 긋지 않고 늘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총선 기간 여당을 지휘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 등 갈등설과 관련해선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바로 문제를 풀고 해소했다"고 답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선 "저와 20년이 넘도록 교분을 맺어왔다"며 "언제든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에 "사과한다" 했지만 특검엔 선 그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관해 "제가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게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며 "(검찰이 수사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안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사건 등 특검에 대해 "특검이란 건 일단 정해진 검‧경, 공수처 등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나 하는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검찰 특수부까지 동원해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는데,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건 특검의 본질과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선 정치 공세가 아니냐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장에서 상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윤 대통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서도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이 대민 지원 작전 중 순직한 건 국군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희생자의 명예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진상 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질책성 당부'를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특검법안에 대해선 사실상 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의 취지를 보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절차를 일단 지켜보는 게 옳다"며 "만약 국민께서 수사 결과에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던 데 대해선 출국금지 사실을 알 수 없었던 데다, 호주와의 방산 협력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작년 9월경 고발됐다는 건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어디 고발됐다는 것만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아마 공직 인사를 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개혁엔 "로드맵 따라 뚜벅뚜벅 가겠다"…'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서울대병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 지역과 필수의료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비춰볼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란 점은 국민 여러분께서도 대부분 공감하신다고 생각한다"며 "1년 넘게 (의료계와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한 번도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순 없다"며 "정부는 저희가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장관에게 사회부총리 역할을 맡기는 등 저출생 문제에 대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저출생 문제가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가 바탕이 됐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를 각 부처가 나눠서 맡고, 의결‧강제하는 기능이 없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맡기기보다는 과거 우리의 경제성장을 추진했던 경제기획원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좀 더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부처 신설을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의료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아프면 발만 동동 구르고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필수 의료, 지역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21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연금개혁에 대해선 "한 번 만들면 최소 70년을 끌고 가야 하는 계획이다. 조급하게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에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다만 제 임기 안에는 확정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높아지는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선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를 잡는데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재정을 투입해 할인 지원하고 수입품 할당 관세를 잘 운영하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입 원가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시켜서 좀 더 싼 식자재·식품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범세계적인 경로와 시장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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