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2번 타자'의 중요성을 특히나 강조한다.
LG는 홍창기라는 확실한 리드 오프를 보유하고 있고 중심 타선은 김현수, 오스틴 딘, 문보경, 김범석, 오지환, 박동원 등으로 조합을 짤 수 있다. 다만 이들을 연결해줄 2번 타순이 중요하다.
염 감독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SSG 랜더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우리 팀은 2번이 엄청 중요하다"고 말했다. "2번 타자가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우리 타순은 2번 타자가 원활하게 역할을 해낼 때 가장 활발하게 돌아간다"는 이유다.
경기를 앞두고 염 감독의 얼굴엔 이 자리에 대한 고민이 드러났다. 직전 경기에서 2번 타자 임무를 받은 박해민이 1회 병살타, 3회 2사 1, 2루 기회에서 삼진을 당하는 등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 감독은 이 경기에서 변화를 꾀했다. 염 감독이 뽑아 든 카드는 문성주였다. 문성주는 이날 염 감독의 믿음에 확실하게 보답했다.
압권은 팀이 1 대 5로 뒤진 5회말이었다. 1사 만루 상황 문성주는 SSG 선발 오원석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뒤로 타구를 날렸다. 그 사이 누상에 있던 주자 3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왔고, 문성주는 3루 베이스에 미끄러져 들어갔다.
문성주의 시즌 첫 3루타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터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오원석의 폭투 때 빠르게 홈으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스코어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혼자서 4점을 모두 뽑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성주는 이날 3타수 2안타 3타점 3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염 감독을 활짝 웃게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문성주는 3루타 당시를 가장 먼저 돌이켰다. 문성주는 "만루 상황에서 감이 나쁘지 않았다"며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렸는데 좋은 타이밍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문성주는 "시즌 첫 3루타여서 기분 좋게 뛰었다"고도 돌아봤다. 그러면서 "무척이나 기억 남을 것 같다"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자신을 2번 타자로 기용한 염 감독에 고마움을 표했다. 문성주는 "감독님께서 믿고 써주신다는 거니까 그 부분에 보답하려 했다"는 것. 그러면서 "평소랑 똑같이 쳤다. (경기력은) 내 타격감을 따라간다고 생각한다"며 "감독님께서 2번으로 써주신 건, 감독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셔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위 타선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 않다고 했다. 문성주는 "제가 8번 타자로 출전할 때도 7번에 (박)동원이 형, 9번에 (신)민재 형이 있었다"며 "(홍)창기 형, (김)현수 형, 동원이 형, 민재 형 모두 대단하고 좋은 타자라 생각해서 타순을 딱히 신경 안 쓰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팀이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LG는 올 시즌 19승 18패 2무를 기록, 리그 5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우승 팀의 성적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문성주는 "(팀 성적은) 지금이 밑바닥이라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 이유로는 "아직 시즌은 절반도 안 했고, 앞으로 부상에서 (백)승현이 형, (함)덕주 형 등이 많이 돌아온다. 다들 컨디션을 잘 회복하다 보면 더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어쨌든 2번 타자엔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들어갈 것"이라며 "(박)해민이가 좋으면 해민이가, 성주가 좋으면 성주가 들어간다. 현수까지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성주가 염 감독의 2번 고민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