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 업체 '틱톡샵(TikTok Shop)'이 막대한 자본과 이용자수를 바탕으로 조만간 국내에 둥지를 튼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유통·쇼핑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커머스의 국내 사업 확장을 '상수'로 받아들이고, 한국 기업들이 이를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틱톡샵 '라이브커머스' 속 높은 '충성도' 무기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틱톡코리아는 지난해 12월 '틱톡샵' 상표를 출원하고, 최근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틱톡 측은 "틱톡샵 론칭 일정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틱톡샵의 한국 시장 진입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업계가 틱톡샵이 조만간 국내에 진입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틱톡과 틱톡샵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틱톡샵이 국내에 출범하면 당장 국내 틱톡 이용자 1천만명이 곧바로 '잠재적 구매자'로 잡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 1천만명이라는 게 엄청난 부분이지만, 동시에 이들 대부분이 젊은 MZ세대라는 점에서 '미래 전망성'도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가 틱톡샵의 진출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충성도'에 있다. 틱톡샵은 틱톡 영상에서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노출하면 시청자들이 그 자리에서 해당 제품을 클릭해 즉각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라이브커머스(라이브스티리밍+이커머스)' 서비스다. 팬덤이 강할수록 구매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의 장점이 고객과 진행자와의 쌍방향 소통이다 보니 꾸준히 보는 성향이 있고, 고객들이 시청하는 데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 판매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틱톡이 가진 '거대 중국 자본'도 경계 대상이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배달업계 1위 배달의민족도 지난해 8월, 사업 출범 2년 5개월 만에 수익성 악화 문제로 라이브커머스 사업에서 철수한 전례가 있다.
반면, 틱톡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2021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5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베트남·태국)과 영국에 이어 지난해 9월 미국까지 틱톡샵 영역을 확장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틱톡샵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올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배 오른 200억 달러(약 27조 원)로 추정된다.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6억 명에 달한다.
오히려 국내 제품 세계화 기회로…경쟁력이 관건
이른바 '알테쉬(알리·테무·쉬인)'에 이어 틱톡샵까지 대표적인 C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이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우선 패션, 화장품 등 쇼핑업계의 경우 틱톡샵을 통해 자사 제품을 세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틱톡이 미국 점유율도 높다 보니 우리나라 입장에선 오히려 틱톡을 활용하는 게 글로벌 활동이 될 수 있다"며 "국내 화장품이나 패션 업계가 가진 리딩(선도) 능력과 경쟁력을 잘 활용하면 틱톡샵이라는 플랫폼을 타고 국내 상품이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다.
틱톡샵이 국내 유통사들과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저품질, 질 낮은 서비스 문제 등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C커머스 업계 역시 그간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춰 놓은 국내 유통업계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취지다. 실제 유튜브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 기업인 CJ온스타일과 협업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다. 알리와 테무 역시 각각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에 각각 물류 업무를 전담시키는 등, C커머스 업체들도 국내 유통사들과 손잡는 방식으로 부족한 국내 네트워크 문제를 메우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플랫폼이 반품 문제 등 고객 서비스와 관련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성과 신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