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네팔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꾸려진 '2024 한국-네팔 우정 원정대'가 세계 최초로 네팔 히말라야 미답봉(未踏峯·아직 아무도 오르지 않은 산봉우리)인 '쥬갈1봉(6590m)' 등정에 성공했다. 원정 대장은 환갑(還甲)을 훌쩍 넘긴 엄홍길(64)이다.
8일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과 대한산악구조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과 네팔 산악인 17명으로 구성된 '우정 원정대' 중 3명은 한국 시각으로 지난 3일 오후 6시 55분(현지 시각 오후 3시 40분)에 쥬갈 히말라야 정상(쥬갈1봉)에 올랐다. '쥬갈1봉'에 사람이 올라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쥬갈1봉' 등정에 성공한 3명은 엄홍길 대장을 비롯 히말라야 9좌 최단 등정 기네스 세계 기록 보유자이자 14차례 에베레스트(8848m) 등정자인 락파 덴디(36)와 람바 바부(35) 등이다. 엄 대장의 등정은 2007년 로체(8400m)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8000m급 16좌(봉) 완등에 성공하면서 6000m 이상의 높은 산 등정을 중단했다. 이는 사실상 현역 은퇴를 의미했다. 때문에 이번 등정 성공은 17년 만의 성과여서 의미를 더한다.
'쥬갈1봉'은 네팔 정부가 60여 년 만에 처음 공개한 등정지(미답봉)다. 네팔 수도 카투만두에서 북동쪽으로 145km 떨어진 쥬갈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군에 둘러싸인 봉우리다. 6500m급이지만 8000m급과 비교되는 험준한 지형으로 구성돼 있다.
엄홍길 대장은 "처녀 등정에 성공했다"고 기뻐하면서 "필사즉생의 각오로 올랐다. (주변에서 내 나이를 우려했지만) 도전에 나이는 결코 문제 되지 않는다"는 소감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쥬갈1봉'은 이번 등정 성공으로 수교 50주년을 맞은 한국, 네팔 양국에 특별한 이정표를 남길 전망이다. 이 봉우리는 '한-네팔 희망봉', '한-네팔 우정봉', '코리아피크' 등으로 명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의 추락 사고 등 시련 이겨낸 성과·등정 실패 6일 만의 쾌거
원정대의 '쥬갈1봉' 등정 성공은 시련과 인내, 도전의 연속이었다. 원정대는 지난달 5일 출국, 같은 달 13일 히말라야 4700m 고지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했다. 15일에는 베이스캠프에서 500m 위에 전진 기지격인 하이캠프를 구축, 정상 도전을 위한 루트 설정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발길이 닿은 적 없는 미답봉인 데다 구상했던 등정로 작업도 예상과 달리 정상과의 길이 단절되는 등 순탄치 않았다. 매일 몰아치는 눈폭풍으로 다리 위까지 덮은 눈을 헤치며 길을 만드는 일(러셀)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워낙 많은 눈이 내려 만들어 놓은 길이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한국 대원이 루트 개척 작업 중 추락, 손목을 크게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21일에는 네팔 대원이 눈사태로 600m 높이에서 추락, 구조되기도 했다. 27일에는 정상을 불과 200여m 앞두고 역대급 눈폭풍을 만나 걸음을 멈춰서야만 했다. 그러나 전열을 재정비한 원정대는 등정 실패 6일 만이자 재도전 14시간 40분 만인 3일 오후 끝내 정상을 밟았다.
하루 뒤인 4일 오전 8시30분(현지 시각)에는 구은수(54) KARA 부회장, 백종민(51·강원구조대) 등 KARA 구조대원으로 구성된 한국 측 4명 대원들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쥬갈1봉' 등정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엄홍길 등 3명의 성공을 더해 모두 7명의 원정대원들이 '쥬갈1봉' 등정에 성공한 기록을 남겼다.
쥬갈1봉 등정 쾌거와 관련,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는 "60도 이상의 암벽과 빙벽, 설벽이 혼합된 험준한 지형에 등반 루트를 개척하면서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특히 한국, 네팔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합동으로 꾸려진 원정대가 함께 세계 최초 기록을 달성했기에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번 원정대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네팔 양국이 합동으로 꾸렸다. 한국 측은 엄홍길 휴먼재단(UHF)과 대한산악구조협회(KARA)가, 네팔 측은 네팔등산협회(MMA)가 공동팀을 구성했다. 원정대는 오는 11일 귀국한다.